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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혁이란 미명하에 무력화되는 디지털 옥외광고 규제

신한중 l 475호 l 2024-03-15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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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통해 허용된 옥외광고 실증특례 사례별 분석

최근 수년간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디지털 광고물 활성화에 나섰다.  업계를 옥죄는 규제들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일견 반길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 법률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디지털 광고 실증특례의 남발로 인해 옥외광고 시장의 생태계 질서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도 크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허용된 디지털 옥외광고 실증특례 사례들과 그에 얽힌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짚어 본다 



■유명무실해진 교통수단 이용 디지털 광고물 규제 

현행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19조 6항 교통수단 이용 광고물의 표시방법에 의하면 교통수단 이용 광고물(영업 중인 음식판매자동차에 표시하는 광고물은 제외)에는 전기를 사용하거나 발광 방식의 조명을 해서는 안된다. 
이 규제가 만들어진 이유는 조명 및 디스플레이가 운전자의 시야를 간섭하고 방해해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하지만 이 규제는 지금 거의 유명무실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제 샌드박스가 버스부터 화물차, 오토바이까지 수많은 상업용 교통수단에 대해 실증특례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관련 실증특례 사례들을 살펴보면 버스 유리창문에 투명한 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광고면으로 활용하는 사업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각각의 사업은 디스플레이 소재 및 설치방법에서 약간의 차이가 나는데 △전기버스 유리창 디지털사이니지 광고(글람) △LED 투명 유리 전기버스를 이용한 광고 서비스(디샤인) △전기버스 유리창을 활용한 디지털사이니지 광고(스마트모빌리티 미디어)는 기존의 유리를 LED 전광유리로 교체해 광고매체로 사용하는 형태다. △투명 LED 디스플레이 활용 버스 유리창 디지털 사이니지(창성시트) △필름형 투명 LED 적용 버스 유리창 디지털사이니지 서비스(에이피에스)는 기존 버스의 유리에 투명 LED 필름 미디어를 부착하는 형태다. △OLED 디스플레이 활용 버스 유리창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성흥티에스)는 투명 OLED를 광고매체로 사용한다. 
이 외에 △공항버스 LED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서비스(티맵모빌리, 서울공항리무진, 레온) △디지털 사이니지 버스광고(제이지인더스트리)는 경량의 LED 디스플레이를 창문 상단 등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화물차의 경우 측면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달아 광고를 하는 △전기화물차를 활용한 디지털사이니지 광고(이노션)와 △화물차를 활용한 디지털사이니지 광고 중개 플랫폼 2건이 실증특례를 받았다. 두 사업의 형태는 대동소이하다. 시속 50㎞ 미만일 경우에만 광고를 틀게 되며, 차량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화물차 우측에 다른 차량이 진입하게 되면 자동으로 광고 송출이 조절되는 형태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디지털 광고는 △디지털 배달통을 활용한 오토바이 광고 서비스(뉴코애드윈드)가 대표적이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1호 안건으로  배달대행원이 앱을 통해 주문을 접수하면 주문을 받은 요식업체 상호 등의 광고가 배달통의 디스플레이에 실시간 반영되는 방식이다. 
자전거 관련 디지털 광고는 △옥외광고가 가능한 허브리스 전기자전거(코리아모빌리티)가 특례를 받았다. 허브와 스포크가 없는 바퀴 구조물에 회전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영상광고를 구현하는 사업이다. 



■특례 허용이 시행령 개정으로 이어진 공공시설 디지털 광고

공공시설을 이용한 디지털 광고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 특례가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로 꼽힌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14조 ‘전기 이용 광고물의 표시방법’에 따르면 도로와 잇닿은 곳의 디지털 광고물은 지면으로부터 10m 이상에 설치돼야 한다. 또한 신호등으로부터 30m 이내에는 신호등과 같은 색을 내는 디지털 광고물의 설치가 불가하다. 
이는 디지털 광고의 빛이 운전자의 시야를 어지럽히거나 신호등 신호에 혼란을 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상의 규제다. 
하지만 정부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한 스마트쉘터(서울시)에 대한 실증특례를 통해 예외적으로 이 광고사업을 허용해 줬으며, 2022년 8월에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공시설물 이용 광고물을 규제의 예외적용 광고물로 규정했다. 그 결과 서울시는 물론, 전국적으로 스마트쉘터 광고매체의 설치가 붐을 이루듯 설치되고 있다. 
스마트쉘터는 광고에 대한 댓가로 시민들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매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많다. 하지만 시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디지털 광고물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던 모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분명 존재한다.



■무너지는 자사광고와 타사광고의 경계 

옥외광고물법에서 엄격히 정해 놓은 자사광고(간판)와 타사광고(상업 광고매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실증특례 남발에 따른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시행령 3조(1항, 16항)에서는 무분별한 디지털 광고매체의 난립 방지를 위해 창문 이용 디지털 광고와 저층에 설치되는 벽면 이용 디지털 광고에 대해서는 자사광고만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실증특례가 부여된 ‘전자빔 활용 스마트 디스플레이 창문 옥외광고(인터브리드)’의 경우 1층 매장의 프로젝션 디지털 광고판을 통해 상업광고가 가능하게 한 안건이며, 같은 해 특례를 받은 ‘디지털 공유 간판 서비스(팬라인, 삼익전자공업)’ 또한 3층 높이(10m 이하)의 공간에 설치되는 디지털 광고판에 타사광고가 가능하도록 요청한 안건이다. 
두 안건은 광고의 방식 차이는 있지만 사업의 구조는 같다. 기존 간판 용도의 디지털 광고가 가능한 공간(창문과 벽면)에 디지털 광고를 설치한 후 상업광고를 유치하는 형태다. 
결국 이 서비스들이 실증특례 후 상용화되고, 유사 사례가 반복 허용될 경우 자사광고와 타사광고를 엄격히 분리했던 현행법의 취지가 완전히 무색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천에도 대형 디지털 광고 설치 가능 

시행령 24조 1항에 의하면 하천 지역에는 광고물의 설치가 금지된다. 아름다운 경관과 미풍양속을 보존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최근 규제 샌드박스 위원회는 서울 한강 반포대교 남단에 위치한 세빛섬에 대형 디지털광고를 설치하는 ‘세빛섬 내 3개 섬 LED사이니지 운영(세빛섬)’ 안건에 대해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이 사업의 경우 실증특례라고 하지만 사실상 완전 허용과 다르지 않다.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 사업 모델을 검증한 후 사업을 허용해 주는 기존 특례 사업들과 달리, 전국에 한 곳만 조성된 세빛섬은 특례 허용 자체가 규제를 해제해 준 것과 다름없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된 실증특례 안건은 1건 뿐이지만 추후에도 유사 사업이 허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신한중 기자[ⓒ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