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현수막 홍보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물량을 수주하기 위한 현수막 제작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의 특징은 4년 전 21대 총선부터 적용된 준연동형비례제로 인해 선거에 나선 정당의 숫자가 역대 최고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정당은 총 38곳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각 정당별 상징 컬러를 맞추는게 현수막 업체들의 주요 과제가 됐다. 정당 숫자가 워낙 많은데다 컬러 자체도 비슷한 정당들이 많다보니 컬러의 변별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선거구도가 여느 때보다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어 컬러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환경이다.
이번 선거에 나선 주요 정당의 컬러를 살펴보면 민주당(파란색), 국민의힘(빨간색), 녹색정의당(노란색·녹색), 조국혁신당(짙은 파란색), 개혁신당(오렌지색), 새로운미래(민트색) 등이다.
한 현수막 제작업체 관계자는 “이번에는 비슷한 상징 컬러를 지닌 정당들이 있는데, 이 컬러 구분을 명확하게 출력하는 작업이 까다롭다”며 “분명히 컬러를 맞췄는데도 막상 현장에 걸면 태양빛 등으로 인해 타 정당과 유사해 보여 클레임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현수막 제작업체 관계자는 “한 후보 사무실에서 아주 선명한 컬러를 원했는데 주변 현수막 업체들의 노후화된 장비에서는 해당 컬러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며 “다행히 우리는 올해 최신의 장비를 도입하면서 컬러 경쟁력이 강화돼 관련 일감이 몰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정 선거법에 따른 광고물의 새 트렌드도 눈길
작년 공직선거법이 변경되면서 나타난 새 트렌드도 제작업체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일반인들도 선거운동 기간중 본인의 부담으로 제작하거나 구입한 어깨띠, 일정 규격의 손팻말, 표찰, 모자, 옷 등 표지물과 소품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일부 출력업체들의 경우 관련 제품에 대한 디자인 개발 및 구조물 생산을 미리 완성해 놓고 선거를 기다리기도 했다. 폼포드·포멕스 등으로 제작한 손팻말, 자동차용 스티커 등인데 기대 이상의 판매가 이뤄졌다는 게 관련업체들의 전언이다.
온라인으로 선거용 손팻말과 자동차용 스티커를 판매하고 있는 한 제조사 관계자는 “선거법이 변경된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 일부 수요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말풍선 형태의 손팻말을 만들었는데,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순식간에 재고가 소진됐다”며 “한 발 먼저 준비한 것뿐인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선거 현수막으로 재킷을 만든다고?
보트포어스(Vote for earth, us)’는 총선 기간에 정당 현수막을 선거용 점퍼로 업사이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직 22대 총선을 위해 등장한 보트포어스는 각 정당에 미리 협조를 구한 뒤, 폐기 직전 현수막을 가져와 자켓을 만든다. 아트디렉터이자 프로젝트 리더인 황재연 씨를 비롯한 20대 예술인들이 함께 제작한다.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하는 정치인 후보에게 제작된 옷을 선거용으로 빌려주는 형식이다.
보트포어스가 만드는 재킷은 한 정당의 현수막으로만 제작해 정치인에게 주는 ‘정당별 재킷’과 여러 정당의 현수막 조각을 섞어 기후위기에 관심있는 유권자에게 주는 ‘통합 재킷’ 라인으로 나뉜다.
황재연씨는 “작년 보궐선거때 기후공약이 적힌 현수막을 보면서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계기”라면서 “보통 현수막은 정치인의 약속을 시민들이 듣는 용도인데, 반대로 유권자의 목소리를 현수막에 담아 정치인에게 들려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