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0 총선의 후유증으로 엄청난 현수막 폐기물이 쌓였다. 선거 현수막을 뗀 자리에는 이제 당선과 승복 인사 현수막마저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현수막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선거 때마다 현수막 폐기물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정치권은 2010년 선거법을 개정해 선거사무소와 현수막 개수 등 규제를 없앴고, 2018년에는 선거구 내 읍·면·동당 후보자가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을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여기에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 지난해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고 제한없이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해가 갈수록 현수막 폐기물의 양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가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1,557t, 2022년 대선에서는 1,110t, 2020년 총선에서는 1,739t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이번 총선의 전체 후보자는 699명으로 2020년 21대 총선(1,101명)보다 37%가량 줄었다. 이에 후보자들이 내건 선거 현수막 수는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관리법에 따르면 지역구 후보자는 선거구 내 읍·면·동 개수의 2배 만큼 거리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전국 거리에 후보자들이 건 현수막은 1만 9,209개가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각종 정당 현수막과 선거사무소·후원회 건물에 걸린 현수막 등은 빠진 수치다. 이번 총선부터 허용된 정당현수막까지 합칠 경우 전체 현수막 규모는 지난 총선(1,739.2t)보다 오히려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15억원 투입해 재활용 지원… 친환경 소재 사용도
선거 현수막의 수거는 구청 등 담당 부서에서 하는데 최근에는 정당이나 후보자측에서 자체적으로 회수해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수거된 선거 관련 현수막들은 일반 현수막보다 재활용이 어렵다. 후보의 얼굴이나 이름이 인쇄되어 있는데다 문구 자체도 민감하기 때문에 가장 재활용 비중이 큰 마대·가방 등으로 활용이 어려운 까닭이다.
그렇다고 지금 일반 현수막의 재활용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폐현수막의 활용도는 20~30%선이다. 나머지 물량은 대부분 소각된다. 폐현수막의 특성상 인체에 닿았을 때 안전성도 완벽히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 제품 자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 완성된 재활용 상품의 경우도 판매보다는 무상 증정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현수막 재활용에 있어서는 유럽의 천막 재활용 브랜드 프라이탁처럼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만한 디자인·마케팅 역량을 갖춘 전문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많은 비용을 들여 현수막을 재활용해 무상으로 시민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해도 디자인과 품질이 좋지 않아 나서서 가져가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인 이상, 차라리 그 비용을 전문 디자인 업체를 육성하는데 쓰는게 낫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폐현수막을 압착해 건축 자재를 만드는 새로운 활용 방법도 등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문제가 있다.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세진플러스에 따르면 이런 재활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거해서 업체 공장으로 직접 이송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영세업체 차원에서 직접 폐현수막을 수거·이송해서는 이에 수반되는 비용이 너무 많아 사업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폐현수막이 소각·매립장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아 업체에서는 되레 폐현수막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선거 현수막 재활용을 위한 예산 15억원을 책정했다. 예산의 많고 적음을 따지기에 앞서 현수막 재활용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가 예산의 가용처를 더 정밀하게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