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국회에서는 옥외광고 산업계로서는 매우 뜻깊고 중요한 자리가 마련됐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명이 주최해서 행안부와 지자체, 옥외광고 업종단체, 시민사회 단체, 학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옥외광고 분야의 법적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는 공청회를 연 것.
이날 참석자들은 자리가 자리인 만큼 정말 진지하게, 그리고 큰 기대감을 갖고 옥외광고 산업과 옥외광고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 사항들을 설파하고 호소했다. 업종 단체들은 사전에 수 차례 집행부 회의를 갖고 크로스 체크를 하는가 하면 외부 용역과 사전 리허설까지 거치는 등 단단히 준비를 했다. 그 만큼 법적 제도적 개선이 절박하고 간절했다.
개선 작업을 직접 수행해야 하는 입장인 행안부의 주무과장은 제시된 의견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다시피 해가며 행안부의 입장과 방침을 설명했다. 적극 검토하겠다, 연구하겠다 등 긍정적인 의견도 많이 냈다.
그런데 그날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제시된 의견들과 관련해 행안부가 법적, 제도적 개선을 위해 움직인 흔적은 찾아지지 않는다.
대신 행안부는 약 한 달 뒤인 6월 9일 일반법 적용을 받지 않는 자유표시구역의 1기 지정구역 확장과 2기 신규 지정 방침을 천명했다.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초고속 추진 일정표도 제시했다. 명분은 1기가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1기 확장과 2기 신규 지정을 추진한다는 것. 하지만 이내 1기 자유표시구역은 단 2개 재벌기업에 의한 특혜성 독점 사업으로 전락했음이 밝혀졌고 그 여파로 영세 중소 사업자들이 너나없이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던 점도 확인됐다.
옥외광고 산업계가 1기 피해를 근거로 생존권을 내세워 거세게 반발하자 행안부는 1기때 공수표로 끝난 중소기업 상생을 이번에는 보장하겠다며 당근책을 제시했다. 실무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지자체들이 법령규정상 지켜야 하는 절차 등을 내세워 시간상의 촉박함을 호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행안부는 왜 갑자기 이렇게 자유표시구역에 올인을 해오고 있을까. 그 해답이 10월 10일 행안위 소속 박성민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옥외광고물등관리법 개정안에 담겨있다. 이 발의는 형식은 의원입법이지만 정황에 비춰 행안부가 의원을 대리로 내세워 추진하는 사실상의 정부입법일 개연성이 농후하다. 개정안의 내용은 현재 지자체에 가있는 자유표시구역 관장 권한을 행안부가 회수하고 산하 한국지방재정공제회 한국옥외광고센터에 관리운영 위탁을 맡기는 것이 핵심 골자다. 결국은 행안부의 기금조성용 사업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특별법으로 운영되던 도로변 기금조성용 야립 광고사업이 일반법 사업으로 전환된 2009년 이래 기금 수익의 단맛을 톡톡히 누려왔다. 반면에 이 사업에 참여해 기금을 조성해준 민간 사업자들은 골병이 들고 일부 사업자는 망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 자유표시구역을 통해 그러한 기금의 수익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공공성이 생명인 중앙정부의 도를 넘은 탐욕이 아닐 수 없다.
탐욕은 자유표시구역에서 그치지 않는다. 행안부와 한국옥외광고센터는 그렇지 않아도 일반법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도로변 기금조성용 야립 광고물에 대한 규제를 더 풀어주기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장소, 규격, 이격거리, 표시방법 등에 대한 규제를 더 풀어 기금을 늘리기 위함인데 광고면의 디지털 전환이 핵심이다. 최근 들어 광고 관련 학회들의 행사장에서는 야립 광고물의 디지털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자주 나오고 있다. 이들 학회에는 적지 않은 기금이 지원되고 있다.
광고 시장에는 제로섬 원리가 작동한다. 기금 조성용 사업이 확대되고 정부가 기금을 더 많이 거둬갈 경우 그 반사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사업자들의 몫이다. 규제를 받는 사업자가 받지 않는 사업자와 경쟁해서 이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행안부의 기금을 겨냥한 사업 확장으로 옥외광고 생태계가 지금 망가질 위기에 처해 있다.
행안부는 옥외광고 산업을 진흥한다면서 법 이름에 진흥을 넣었다. 그런데 이후 보여지는 현실을 보면 자기 이해가 걸린 것은 과하게 진흥해서 정작 옥외광고 산업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한때 정부 내에서 옥외광고 업무 소관을 행안부에서 문광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광고 관련 산업계와 학계에서도 옥외광고를 문화 콘텐츠 측면과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문광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제 옥외광고 업계가 문광부 이관을 위해 목소리를 키우고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된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