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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에 열 수 없거나 좁게 열리는 지하철 비상문 현실화된 듯

편집국 l 478호 l 2024-06-12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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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4호선 승강장 스크린도어 광고판겸용 비상문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전동차의 출입문 폭보다 비상문의 패닉바 간격이 넓어 사각공간 발생
서울교통공사 사전 문제 제기에도 설치 강행… 서울시는 감사 착수



현재 서울 지하철 1~4호선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에 설치되고 있는 광고판 겸용 슬라이딩 비상안전문(이하 비상문)이 정작 비상시에 아예 열리지 않거나 좁게 열리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는 비상문 설치를 위한 사업자 선정 입찰과 이후 사업 진행을 둘러싸고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안전상 심각한 문제점까지 안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비상문 설치를 강행해 오고 있는 중이다. <SP투데이 2024년 4월호(476호) 1면, 4면, 5면 및 5월호(477호) 1면, 4면 보도>
그런데 막상 비상문 실물이 현장에 설치돼 공개되자 비상시에 승객들이 전혀 열 수가 없거나 열더라도 좁게 열 수 있어 비상문으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가 SP투데이의 취재 질문에 대한 답변과 자료 제공 요청을 거부해 공식 확인은 안되지만 비상문 전문 제작업체 N사가 분석한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지적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설치중인 비상문은 가로 규격이 3,500㎜인 A형과 2,600㎜인 B형 두 가지다. 둘 다 좌측문과 우측문으로 짝을 이루는데 두 문 사이에 비상시 승객들이 손으로 터치해서 문을 열도록 하는 장치인 패닉바가 A형에는 2개씩 4개가, B형에는 1개씩 2개가 세로형으로 부착돼 있다.
문제는 A형과 B형 모두 좌우 문짝의 패닉바 간격이 전동차 출입문 간격인 1,300㎜보다 훨씬 넓기 때문에 전동차의 정차 위치에 따라 출입문에서 나오는 승객들이 패닉바를 터치하지 못하는 사각공간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동차의 정차 위치에 따라 패닉바를 터치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는 세로형 패닉바의 구조적이면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전동차 출입문의 중앙부와 비상문의 중앙부가 근접하는 위치에 전동차가 정차할 경우에는 패닉바가 출입문 좌우의 전동차 벽과 비상문 사이에 들어가 있어 아예 터치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상문의 열림 폭이 지나치게 좁은 안전상의 문제점 역시 N사 시뮬레이션 자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같은 위치에 전동차가 정차했을 경우 N사가 개발한 열림폭 1,400㎜짜리 비상문의 열림폭은 580㎜다. 반면 현재 설치되고 있는 1,200㎜짜리 비상문의 열림폭은 380㎜에 불과했다.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에서 화재 등 촌각을 다퉈야 하는 상황 발생시 비상문의 열림폭이 580㎜인 것과 380㎜인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공사가 이번에 서울시 예산 100억원을 넘게 써가면서 광고판 겸용 비상문을 설치하는 배경은 도시철도 설계지침과 철도시설 기술기준, 그리고 2021년 9월에 있었던 감사원의 지적사항 세 가지다. 셋 다 화재 등 비상 상황시 열차의 정위치 정차 실패를 대비하여 비승차 구역의 승강장안전문과 벽체를 모두 수동으로 비상개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상문의 또 다른 안전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전에 안전 기준인 개폐시험 50만회 테스트를 거친 제품인지를 묻는 SP투데이 질문에 공사는 5월중 테스트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는 이미 4월 25일경부터 설치가 진행됐다. 납품 기한에 쫓겨 안전성 검증이 안된 제품이 미리 설치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공사는 지난 1월부터 진행한 SP투데이의 여러 차례 취재 질문에 대해 자세하게 답변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답변을 요청한 패닉바 및 안전성 테스트 관련 질문과 자료제공 요청에 대해서는 현재 서울시옴부즈만에서 조사중인 사안으로 조사 결과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곤란하다면서 답변과 제공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서울시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는 지난 5월 9일 직권 감사를 실시하기로 의결하고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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