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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에 거짓말까지… 서울교통공사 공공기관 맞나

편집국 l 477호 l 2024-06-12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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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문제점 투성이 지하철 광고판 겸용 비상문 설치 강행할 태세
통로폭을 열림폭이라 왜곡하고 정중앙 패닉바는 손잡이로 임의 변경
“SP투데이 보도 내용은 입찰 떨어진 업체의 주장 위주로 반영” 음해도

서울 지하철 21개 역사에 설치될 광고판 겸용 슬라이딩 비상문(이하 ‘비상문’)을 둘러싸고 숱한 의혹과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는 SP투데이의 보도<2024년 4월호(476호) 1면, 4~5면>가 나간 뒤 이를 대하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의 자세에서 더욱 심각한 의문과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보도된 의혹과 문제점을 단 한 가지도 인정하지 않는데 그치지 않고 전혀 사실이 아닌 거짓말까지 해가며 문제의 비상문 설치를 강행할 태세를 취하고 있다. 매일 수백만명 시민의 안전이 달린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공사는 보도 이후 민원인에게 답변하는 형식으로 SP투데이가 제기한 의혹과 문제점들에 대해 하나하나 해명을 했다. 비상문 제작업체 N사의 질문에 대해 답변도 했다. 그런데 그 해명과 답변에 명백한 허위사실이 포함됐는가 하면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까지 들어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공사는 우선 “SP투데이 보도내용은 입찰에서 떨어진 N사의 주장을 위주로 반영된 기사”라고 주장했다. 탈락 업체의 불만에서 비롯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보도의 신뢰성 자체를 깎아내리려 하는 것.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다. N사는 입찰에 참여한 바가 아예 없다. 나라장터에는 지금도 낙찰사 H를 포함해 10개 응찰 업체의 상호와 투찰가가 게시돼 있는데 N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공사는 더 나아가 사실 관계를 버젓이 왜곡까지 했다. 비상문의 열림폭이 1,400㎜ 이상 확보되는 제품인지를 묻는 N사 질문에 “공고의 물품규격서에 열림폭은 800㎜ 이상으로 되어 있으며 설치될 비상문의 열림폭은 1,200㎜”라고 밝혔는데 물품규격서 어디에도 ‘열림폭’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다만, 규격서에 ‘비상문 개방시 유효통로 폭(0.8미터 이상)은 전동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도록 제작’이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이 때의 유효통로 폭은 <그림 1>에서 보듯 비상문이 열린 상태에서 승객들이 앞쪽에서 뒤쪽으로, 또는 뒤쪽에서 앞쪽으로 이동을 하는데 필요한 통로의 폭(②)을 의미하는 것이다.
N사가 그림을 제시하며 확인을 요구할 때도 공사는 ‘유효 통로 폭’을 승객이 이동하는 통로의 폭이 아닌 문의 열림폭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게 거짓이라는 점은 다름아닌 공사의 규격서에서 명백하게 확인된다. 규격서에는 ‘계단 및 역사시설물간 거리가 협소한 개소는 양문형 또는 180°회전이 가능하도록 제작’이라는 문구와 ‘양문형으로 제작시에도 교통약자가 탑승한 전동휠체어가 통과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림 1>에 보이는 단문 비상문을 잘라 양문으로 달아 열거나 아예 180도로 회전시켜 붙여버리면 ①의 문열림폭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②의 통로폭이 늘어나게 된다. 비상문 설치로 통로 폭이 협소해지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통로폭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가 확인된다.
만약 공사의 주장대로 통로폭이 문열림폭을 뜻하는 것이라면 다른 중차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21개 역사에는 800㎜ 이하 비상문도 20개나 설치되는데 이들은 모두 ‘0.8미터 이상’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입찰 조건 및 규격서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공사는 시범설치때 기존 특허 제품의 문열림폭 1,200㎜가 좁다며 1,400㎜짜리 개발을 요구해 완성시켜 놓고 막상 본설치때는 1,200㎜ 저급품을 설치하면서 문제가 제기되자 규격서에 제시된 이동통로 폭 800㎜ 이상을 문열림 폭 기준으로 둔갑시키고는 이 기준을 충족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우 기고 있는 것이다.
공사의 다른 해명에서는 더 큰 문제가 드러난다. 바로 문을 열 때 작동시키는 패닉 바의 문제다.
공사는 “승객 혼선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설계변경을 통해 개방 방식을 손잡이 형태로 개선·변경 적용했다”고 밝혔다. 가로형 패닉바를 세로형 손잡이로 변경했다는 것. 비상문의 가장 큰 두 가지 핵심 사양이자 기능인 문 열림폭과 열림 방식 두 가지를 업체 선정 이후 입찰시 조건을 다 뜯어고쳐서 바꿔줬다는 얘기다. 이는 N사의 특허를 피해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가 아주 심각할 수 있다.
전동차의 출입문 폭은 스크린도어의 비상문 폭보다 훨씬 좁다. 전동차가 정중앙에 멈춰서도 비상문의 열리지 않는 공간, 즉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사각 공간이 생긴다. 전동차가 정중앙을 벗어나면 그 거리만큼 더 늘어난다. 가로형 패닉바는 전동차의 정차 위치와 상관없이 모든 공간을 커버하지만 세로형은 정차 위치에 따라 사각 공간이 늘어날 수 있다. 비상문의 상하 중앙 위치에 가로형으로 패닉바가 장착돼야 하는 이유다. 
공사의 규격서에는 ‘패닉바’가 비상문의 구성요소로 못박혀 있고, ‘중앙에 비상(수동) 열림레버(Panic Bar)를 설치’라는 문구도 들어 있으며, 패닉바의 크기를 비상문 규격에 맞도록 제작하라는 문구도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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