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의혹과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설치를 강행하고 있는 서울 지하철 1~4호선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의 광고판 겸용 슬라이딩 비상문 가운데 하나가 통째로 이탈해 승객들의 이동공간인 통로쪽으로 쓰러지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21일 낮 1시쯤 1호선 종로3가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 비상문이 통째로 이탈해 통로쪽으로 쓰러지다가 콘크리트 벽체에 비스듬하게 걸쳐져 멈춰섰다. 가로와 세로 프레임의 접합부가 확연히 벌어져 있는 것에서 보듯 무게와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고는 열차 운행시간대에 발생했지만 다행히 통로에 승객이 없어 인명피해가 없었고 약 3시간에 걸친 긴급 복구조치로 차량 운행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사고가 통로 가까이의 벽체가 없는 구간에서, 통로에 승객들까지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면 충분히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가 있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촉박한 공사 일정에다가 안전 불감증에서 기인한 부실공사까지 겹쳐져서 초래된 사고라는 분석과 함께 도저히 발생해서는 안되는 사고이지만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래 이들 비상문은 입찰 공고상 이미 지난해 말까지 모두 설치를 끝내고 납품을 완료했어야 한다. 그러나 공사는 납득이 어려운 이유와 과정들을 거쳐 H사에 지난해 말까지로 돼있던 납품기한 1년을 올해 6월 말까지 절반이나 연장해주는 계약 변경 조치를 취해 줬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연장된 6월 말까지도 설치를 끝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사가 설치해야 하는 비상문은 슬라이딩 비상문과 일반 비상문을 합쳐 총 897기다. 이 가운데 797기는 광고판을 단 슬라이딩 비상문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 4월 말경에 시범설치를 했으니까 약 2달 동안에 이 많은 비상문을 전동차 운행 시간을 피해 심야시간대에 다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사는 지난 5월 24일에 지하철 1~4호선 비상문 광고판을 이용한 광고사업자 선정 입찰을 공고하면서 설명서에 슬라이딩 비상문 개선공사가 6~7월경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치 완료일이 공사의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지난해 말 끝났어야 하는 비상문 납품이 계약 변경을 통해 연장된 6월 말까지도 지켜지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열어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