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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네온처럼… 올드 광고 기술들의 재발견

신한중 l 481호 l 2024-09-12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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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무드 유행 이어지며 주물간판과 트라이비전 등 재조명



요즘 네온사인은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거리를 장식하는 트렌디한 간판이 됐다. 한때 촌스러운 구닥다리 간판으로 치부되며 사장되다시피 했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2000년 이전에 대유행했던 네온사인이 인기를 끄는 것은 점점 더 밀레니엄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지금의 디자인 유행과 맞닿아 있다. 패션과 공간, 패키징 등 거의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레트로 선호 현상이 계속되면서 사인 트렌드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되고 있는 것.  
이런 트렌드에 따라서 네온사인처럼 촌스럽고 낡은 광고 기술로 치부되며 시장에서 입지를 잃었던 올드 간판 기술들이 하나씩 재조명되고 있다. 

▲‘낡아도 고급스러워’… 올드머니룩을 닮은 주물간판 
최근 패션계의 유행중 하나는 ‘올드머니룩’이다. 올드머니룩은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들이 가지는 전통적이고 고급스러운 패션 스타일을 뜻한다. 럭셔리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단순히 비싼 것이 아니라 오래전에 부모님이 입던 좋은 소재의 잘 관리된 옷을 물려 입은 것같은 과거지향적이고 아날로그적 무드가 반영된 디자인이다.  
간판에서도 이런 올드머니 스타일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게 주물간판이다. 요즘의 금속간판이 레이저 조각기 등의 장비로 금속을 절단해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주물간판은 황동이나 청동같은 구리 계열의 금속을 녹인 쇳물을 거푸집에 부어넣은 후 굳혀 만드는 수제 간판이다. 오래 사용하면 부식이 아닌 자연스러운 파티나(금속 표면에 나타나는 엷은 적백색 산화피막)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낡아갈수록 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는 장점이 있다.  
예전에는 공공기관이나 학교, 종교시설, 보수적인 기업, 아파트 현판 등에서 고급간판으로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면발광사인 등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고급형 사인들이 출시되면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데다, 기계장비없이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어려운 제작방식으로 인해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도 사라지면서 근근이 명맥이 유지돼 왔다. 
이런 주물간판 시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레트로 무드를 추구하는 젊은 창업자들로 인해서다. 매장의 역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간판이라는 점이 아날로그와 레트로에 심취한 젊은 창업자들의 취향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간판의 미니멀화 트렌드도 힘을 보탰다. 작으면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간판으로 주물간판이 주목을 받았다.
한 주물간판 제작업체 관계자는 “주물간판은 기성층에게는 올드한 간판이지만 이런 간판을 못보고 자란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간판으로 보이는 것같다”며 “예전에는 상업간판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카페와 식당, 패션매장 등 다양한 업종에서 수요가 나온다”고 말했다. 

▲기계식 이미지 변화 기술 활용한 트라이비전 간판 
트라이비전(Trivision)도 재조명되고 있는 올드 간판중 하나다. 이 간판은 지금의 디지털 광고판이 사용되기 이전 나름 인기를 끌었던 기계식 이미지 회전형 간판이다. 지금은 디지털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화면의 이미지 변경이 아주 쉽지만, 트라이비전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하나의 화면에서 여러 이미지를 보여주는 획기적 간판으로 인기를 끌었다.  
트라이비전은 삼각기둥 형태의 작은 봉을 간판의 화면 크기만큼 일렬로 연결해 만들어진다. 봉의 3면에 각기 다른 이미지를 적용하는데, 이 봉들이 일제히 회전하면서 간판의 이미지를 변화시킨다. 이런 형태로 ‘쓰리빌보드’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트라이비전 간판이 국내에서 활성화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매장의 간판보다는 여러 가지 내용을 한 광고판에서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로 옥외광고매체로서 활용됐다. 그러나 내용을 쉽게 바꿀 수 있는 디지털 광고매체가 대중화되면서 메리트를 잃었다. 
하지만 레트로 무드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레트로 디자인을 즐기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간판으로 일부 매장들이 활용하면서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베스킨라빈스와 GS25 편의점의 일부 컨셉스토어 등이 대표적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트라이비전은 디지털 간판과 달리 하나의 간판에서 3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개 전부지만, 이런 기계식 간판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디지털 간판의 홍수 속에서 아날로그 기술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