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스타일의 익스테리어와 독특한 사인볼 간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랜차이즈 맥주집 ‘인쌩맥주(운영사 위벨롭먼트)’가 전국 300여개의 간판을 모두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인생맥주에 대한 상표소유권을 가진 생활맥주(운영사 데일리비어)와 ‘인쌩맥주’라는 상표권을 두고 벌어진 상표권 무효심판에서 법원이 생활맥주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패소에 이어 생활맥주가 인쌩맥주에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하고 승소하게 되면 인쌩맥주는 더 이상 상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경우 전국 가맹점의 간판을 교체해야 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돼 어떠한 대안책을 마련할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생활맥주는 지난 2017년 ‘인생맥주’라는 상표권을 등록했다. 이 상표권은 식당체인업 및 맥주전문점업이 포함된 다양한 음식점 관련 업종에서 사용되는 간판과 인테리어, 메뉴판 등 매장 운영 전반에 적용된다.
갈등은 2019년 위벨롭먼트가 ‘인생맥주’와 유사한 상표인 ‘인쌩맥주’를 사용하며 불거졌다. 인쌩맥주가 인생맥주와 유사 상표라는 이유로 자사의 상표권 등록이 거절되자, 2022년 생활맥주를 상대로 상표권 무효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무효심판은 상표권이 잘못 등록되었거나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권리 자체를 무효화하는 심판이다. ‘인생’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대중성이 강하기 때문에 고유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인쌩맥주측 입장이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1심과 2심에서도 생활맥주의 상표권을 인정하며 위벨롭먼트의 상표권 무효심판을 기각했다. 생활맥주의 상표권은 식음료제공서비스업에 적법하게 등록됐으며,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1심과 2심 소송 결과가 동일할 경우 대법원 판단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위벨롭먼트는 인쌩맥주라는 상표를 변경해야 한다. 무효심판 승소만으로는 인쌩맥주 상표 사용에 직접적인 제약을 강제하는 효력이 없지만, 생활맥주가 인쌩맥주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상표권 권리 내용이 어떤 범위까지 미치는지 확인하고, 특정 행위가 해당 권리의 침해 여부에 포함되는지 확인하는 심판이다. 만일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도 법원이 생활맥주 손을 들어준다면, 인쌩맥주는 앞으로 생활맥주에서 상표권을 사오거나 상호명을 변경해야 한다. 상호를 바꿀 경우에는 간판부터 메뉴판 등 상표명이 들어간 브랜드 관련 요소를 모두 뒤엎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현재 인쌩맥주 가맹점 수는 전국 300여개에 달한다.
인쌩맥주측은 항소를 준비하는 한편, 브랜드 관련 요소를 변경할 경우에도 가맹점주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쌩맥주 관계자는 “인생맥주를 베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우리의 인쌩맥주는 고유의 브랜드로 브랜딩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만일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가맹점주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브랜드 리뉴얼에 따른 비용은 본사에서 전액 부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