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의 과다 지정으로 수요와 공급의 시장 균형 완전히 무너져 / 대기업·언론사의 독과점 심화되고 전자 대기업들 광고 앞세워 불공정 거래 / 건물주들 너도나도 옥외광고 사업자로… 본업인 중소기업들 존폐 기로에
2016년 1기 자유표시구역 지정으로 강남 코엑스 일대에 초대형 특례 전광판들이 들어선 이후 기존 옥외광고 사업자들은 심대한 피해를 겪었다. SP투데이의 설문조사때 응답자 73%가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SP투데이 485호, 2025년 1월 1일자>
그런데 2기에 비하면 1기는 약과였다. 1기의 2단계 확장과 2기 지정 3개 구역을 합치면 총 설치 물량과 표출 면적 등에서 1기는 2기와 비교가 못된다. 앞으로 2기와 1단계 확장 물량 설치가 현실화되면 기존 옥외광고 시장은 초토화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새해들어 옥외광고 매체 선호도가 가장 높기로 유명한 강남의 이른바 노른자위 전광판들에 표출되는 광고의 수량이 현저히 줄고 브랜드는 하향되고 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를 무시한채 자유표시구역 확대를 밀어붙인 결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자유표시구역 광고매체와 일반 광고매체간의 양극화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또 그 결과는 중소 사업자와 중소 매체들의 고사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1기때 사업대상 건물로 지정받은 코엑스와 현대백화점은 옥외광고 사업자로 나서지 않았다. 사업자를 공모해서 표면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언론사가 사업자로 고루 참여하는 모양새가 갖춰졌다. 그런데 2기때는 재벌 대기업과 거대 언론사들이 사실상 옥외광고 사업자로 나서고 있다. 자사 건물들이 지정을 받게 되자 건물주 메리트뿐 아니라 사업자 메리트까지 다 틀어쥐고 가는 형국이다.
1기와 2기를 통틀어 자유표시구역 옥외광고 사업권 거의 전부를 소수 대기업과 거대 언론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중구의 특별한 배려 정책으로 명동길의 미디어폴 30기 사업권만이 유일하게 옥외광고가 본업인 사업자들의 단체 몫이 돼있을 뿐이다. 자유표시구역의 거의 모든 광고 사업권과 광고 매체가 재벌그룹 대기업과 거대 언론사들의 부업거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기업과 언론사들이 부업거리로 수익을 챙겨가는 이면에서 한국의 옥외광고 시장을 개척하고 발전시켜온 기존 전통 옥외광고 기업들은 점점 존폐의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광고물의 제작 설치 사업도 마찬가지다. 자유표시구역은 모든 광고물이 다 디지털이다. 지역에 상관없이, 위치나 장소에 상관없이, 모양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단 한 개도 예외없이 디지털 일변도다. 관이 탁상 정책으로, 그리고 옥외광고 업계의 의견이나 시장의 상황을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그러다 보니 제작 설치 사업도 대기업 독과점 사업이 돼버렸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의 양대 전자 대기업이 사이좋게 나눠서 장악하고 있다. 두 전자 대기업은 실력과 가격으로 경쟁해서 사업권을 확보하는게 아니다. 광고를 많이 하는 대기업의 지위를 이용, 광고를 무기삼아 제작설치 사업권을 따내고 있다. 설치 후에 몇 구좌 광고를 메워줄테니 자신들에게 설치권을 넘겨 달라고 한다. 대신 제작 설치비를 엄청나게 높여 요구한다. 광고 사업자들은 일단 일정부분 광고물량의 선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바가지 가격임을 알면서도 양대 전자 대기업을 설치 사업자로 선정할 수밖에 없다. 불공정 거래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전광판 제작 설치가 본업인 전문 중소기업들은 멍하니 쳐다만 볼 수밖에 없다.
자유표시구역 제도의 최대 수혜자, 최고 수익자는 건물주다. 구역만 지정하는 게 아니라 건물까지 지정하다 보니 지정을 받는 순간 건물은 ‘절대 슈퍼 갑’의 지위를 확보한다. 굳이 옥외광고 사업자로 나서지 않더라도 엄청난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임대료가 부르는게 값이고 임대 조건도 싫으면 말라는 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건물주 갑질과 횡포를 부추기는 것은 다름아닌 자유표시구역 사업을 운영할 능력을 갖춘 사업자들이다.[ⓒ SP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