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투데이가 옥외광고 현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자유표시구역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얼핏 양립할 수 없는 것같은 답변들이 눈길을 끈다.<485호, 2025년 1월 1일자>
응답자 56%가 자유표시구역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57%는 옥외광고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반면 중소 사업자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응답이 무려 84%에 달했고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도 81%나 됐다.
이 조사 결과가 뜻하는 의미를 함축하면 자유표시구역은 필요한 제도이기는 한데 문제가 많고 폐해도 크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옥외광고 시장에 직접 발을 담그고 그 속에서 생생하게 보고 겪은 바를 토대로 한 사람들의 응답이라는 점에서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응답자들이 문제점으로 꼽은 10가지 가운데 1~5위가 독과점 및 그로 인한 피해였다. 이 지적은 경쟁력이 뒤지는 약자들의 이유없는 불평 불만이 결코 아니다.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공평‧공정하지 않은 데서 모든 문제가 비롯되고 있다.
2기 지정을 앞두고 업계는 불공평·불공정 및 그로 인한 피해 문제를 제기하며 2기 지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행안부는 상생 방안 및 피해 방지책의 마련과 자유표시구역 지정시 지자체들을 통해 반드시 반영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반영을 안할 경우 선정에서 제외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대형 언론사들이 2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금 그 약속은 흔적조차 없이 실종된 상태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나. 상생과 피해 방지가 제도화되지 못한 탓이다. 행안부의 약속이 실직적으로 담보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옥외광고물 관련 법령에는 광고물의 제작 설치에 대한 일반적 기준을 정해놓은 조항이 있다. 기본이 되는 대원칙이다. 그런데 이 대원칙의 예외조항들을 같이 두고 있는데 무려 9가지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①특정구역 지정에 따른 완화 ②특정구역 지정에 따른 완화의 예외 ③특정구역 지정에 따른 강화 ④자율관리구역 ⑤정비시범구역 지정을 통한 예외 ⑥자유표시구역 ⑦건물 면적에 따른 제한 ⑧중앙행정기관 고시에 따른 2개 이하 추가 설치 ⑨주요 국제행사의 성공적 개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예외 등이다.
이러니 법을 집행하는 담당 공무원들조차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예외의 실질적인 집행권을 행안부가 틀어쥐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자유표시구역과 기금조성용 옥외광고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자유표시구역의 자유는 행안부만의 자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기업과 대형 언론사들만의 자유라는 불만과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법령상 광고물의 일반적인 기준과 예외에 대한 기준을 일목요연하고 일관성있게 정비하고 행안부가 쥐고 있는 권한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로 넘기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옥외광고 법령 명칭에 산업 진흥을 추가한 취지에 맞도록 산업의 진흥을 위한 상생 및 피해 방지를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을 법령 안에 구체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령의 한 예외조항인 자유표시구역이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1기와 2기 모두 본래의 도입 취지와 달리 재벌그룹 대기업들과 대형 언론사들의 부업 진흥 수단으로 변질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면 개선책 마련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