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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립 철거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은 ‘손실의 경제학’

본지 발행인 l 118호 l 2008-01-15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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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물비 수백억원, 철거비 수십억원, 다시 세우는데 수백억원

올해가 수백년만에 한 번 오는 황금복돼지의 해라지만 연초 옥외광고업계는 우울하고 어수선하다. 끝모를 불황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안보이고 업계를 대표하고, 대변하고, 수렴해야 할 유일법정단체 옥외광고협회 역시 제 역할을 해낼 기미를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옥외광고 간판매체로 자타가 공인하는 야립광고물이 일제히 철거될 위기상황에 처해져 한겨울 냉기를 더하고 있다. 야립광고물의 설치 근거가 됐던 특별법 시한이 만료되자마자 행정자치부는 각 지자체들을 동원, 지체없는 철거에 착수했다. 행자부가 철거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법논리, 즉 법적 근거의 소멸이다. 법이 없어졌으니 불법광고물이고, 불법광고물이므로 철거돼야 한다는 것이다. 철거를 위한 행정절차 뿐 아니라 직접 광고주들을 불러다가 광고게첨 중지까지 요구했다. 초강수다.  
 
반면 해당 업체들은 야립광고물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면서 이해를 구하는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고, 호소문을 돌리는가 하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철거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업체들이 철거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현실논리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 몇 가지를 들자면 옥외매체중 가장 경쟁력이 뛰어나고,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광고물이며, 국가에 큰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할 수 있으며, 재활용할 수 있는 국가자원인데 굳이 꼭 철거를 해야 할 필요성이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업계는 이해관계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반사적 이익을 기대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같은 철거 논쟁을 안타깝고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필자 역시 옥외광고업계를 대변하는 언론매체의 입장에서 착잡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 문제는 과연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가. 보다 생산적이고 슬기로운 해법은 없는가. 이런 차원에서 열쇠를 쥔 행자부가 법논리를 앞세운 철거 강행에 앞서 그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부의 입장에서 꼭 한 번 짚어 보기를 바라는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본다.

첫째, 광고물 행정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법집행의 역(逆) 형평성 문제다.

불법성이 심대한 광고물을 방치한채 약한 광고물만 철거한다면 이는 법집행의 형평성에서 옳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야립광고물의 경우가 그렇다.
야립은 국가의 필요와 목적에 의해, 합법적으로 탄생한 제도권 광고물이다. 그간 2,500여억원의 공적 기금을 조성, 국가의 필요와 목적에 충분히 부응했다. 일반법 적용을 배제받는 ‘특혜 아닌 특혜’를 누리기는 했지만 정부가 가장 확실하게 통제·관리해온 광고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제도권 광고물이 일시적인 근거 상실로 일제히 철거되는 반면 아예 법적 근거가 없고 국가의 통제·관리에서도 벗어나 있는 원천 불법광고물들은 버젓이 살아남는다면 이는 공평한 법집행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도심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온갖 불법 광고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릴때 목격되는 숫자조차 가늠할 수 없이 많은 주파수안내 광고, 담장 광고, 간판 광고 등 우리의 현 광고물 환경은 이미 행정력만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유사광고물, 변형된 광고물, 위장된 광고물들이 판을 치고 있다.
문제는 야립 철거로 이런 불법 광고물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되고 더욱 번성하리라는 점이다. 이는 하나의 거대한 거목이 사라지면 그 밑에 억눌려 있던 온갖 잡목과 잡풀이 번성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는 재활용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자원의 낭비, 즉 경제성의 문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행자부의 철거대상 구조물의 가치는 설치비만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적게는 7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여기에 철거비용만도 수십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리고 행자부는 이들 구조물을 철거한 뒤 약 6개월쯤 후에 다시 새로운 기준으로 야립광고물을 설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수백억원대의 현존 시설물을 수십억원을 들여 없앴다가 몇 개월 뒤 다시 수백억원을 들여 재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야립을 세우려면 보통 기당 적게는 수십톤에서 많게는 백톤 이상의 콘크리트를 땅속에 쏟아 부어야 한다. 때문에 철거 후 재설치를 하자면 이를 깡그리 파내고 새 콘크리트로 되메워야 한다. 환경오염에 민감한 형광등 등 조명용 자재도 상당량을 폐기처분해야 한다. 상식선에서 생각하더라도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

셋째는 산업적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옥외광고업계가 감수해야 할 타격이다.

야립은 옥외광고의 상징매체다. 옥외 공간의 다양한 매체 전체를 앞장서 끌고 가는 대표주자다. 대표주자가 실종될 경우 인쇄매체나 전파매체, 온라인매체 등 이종매체들과의 경쟁레이스에서 옥외매체가 뒤처지게 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행자부는 2월 말까지 철거를 완료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새로운 법을 통과시켜 6개월 정도 후에는 새로운 야립광고물이 설치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이같은 행자부의 일정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입법 등의 제도마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철거부터 시작해 광고가 부착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년에서 1년 반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1년 이상은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또 행자부 계획대로 6개월이 걸린다 하더라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거의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70년대 말 번성하던 야립이 일제철거됐다가 부산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되살아날 때 참여했던 업체들이 초기에 겪었던 그 어려움이 실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