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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막된 \'간판과 디자인전\'에서는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우리의 간판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간판을 대하는 한·일간 인식 차이다. 일본의 경우 간판을 도시경관 차원에서 바라본다는 것이고, 한국은 여전히 간판을 \'문제있는 사인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간판에 관한한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일본의 선진화된 시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유익한 자리였다. 한일 전문가 6명의 발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정리=이정은·이민영 기자
\"간판 디자인의 핵심은 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
* 도시환경 이미지와 간판디자인
도시환경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는 건축물이나 도로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가로시설물이 있는데, 이것들은 도시환경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는 한편 공해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옥외광고물은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종류나 수가 양적으로 급증했을 뿐 아니라, 신소재 응용 등 질적인 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젠 우리 환경도 품질만의 경쟁이 아닌 품격의 경쟁시대이며 국제화의 시대 속에서 환경 평가 요소에 의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도시환경은 생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공간을 만들면서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또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한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도시경관은 획일적일 뿐 아니라 대형 전광판 등 눈에 잘 띄도록 크게만 설치된 옥외광고물로 혼잡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좋은 이미지란 즉각적으로 보는 사람의 직관에 작용해 대상에 대한 첫인상을 남기며, 그에 따라 호감이 생겨 갖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해 기분 좋은 거래를 하게 하는 것이다.(AIDMA 법칙)
간판만 본다면 국내도시는 확실히 삼류다. 건물에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간판 속에 건물이 들어가 있는 모습으로, 무질서한 간판이 서울을 불안한 도시로 만들고 있다.
앞으로 디자인 면에서는 한국의 풍토와 문화를 중요시하는 표정이 있는 간판을 제작하고, 제도적으로는 엄격한 규제와 획일적인 원칙을 배제하고 합리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간판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 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박희면 한국디자인진흥원 지식연구팀 차장>
경관 정체성 세우는 일이 선결과제
* 간판과 정체성
기업 CI의 커뮤니케이션 효과는 항상 간판에 의해 완성된다. 따라서 기업의 정체성은 곧 간판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국내 기업의 CI에 나타난 간판의 정체성은 \'개성의 부족\'과 \'건물과의 부조화\'로 특징지어진다.
국내 기업들은 CI가 제정되면 그 사인 매뉴얼을 모든 환경에서 동일하게 적용시키려고 하는 무모함을 보일 때가 있다. 기업의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성공적인 CI 활용에 도달하려면 가로경관과 건물조건에 탄력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정함이 옳다.
그렇다면 일반 상점의 간판은 어떨까? 한국의 간판은 지금까지 문자표현에 주력해왔다. 그런데 우리 글은 잘 알다시피 소리글자이기 때문에 우리말로 간판을 건다는 것은 \'간판을 읽어라\'는 강요밖에 되지 않는다.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이 전달력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말 간판에는 그림이 포함돼 간판의 역할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소의 성격을 명쾌하게 알려주고 여기에 보는 재미를 더해 줄 수 있다면 바람직한 간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간판의 아이덴티티를 성공적으로 도출시키기 위해서는 그 업소의 성격이 갖는 독특한 특성을 파악해 그것을 가장 적절하게 시각화 해주는 디자이너의 역량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축물과 가로경관의 정체성이 바르게 정립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간판의 정체성이 그 빛을 발하게 된다. 가장 바람직한 간판의 정체성을 세운다는 것은 간판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대신 가로경관의 위상을 보다 높이 평가해 주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가능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유익한 공공성을 호흡\'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
<김영배 ENS디자인 대표>
정비와 함께 정책 수준 제고 필요
* 옥외광고물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
국내 옥외광고물은 불합리한 도시체계 및 업소의 밀집 등으로 무분별하게 설치돼 도시경관을 해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업소가 많아 미관을 고려한 간판제작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기 업소를 알리기 위해 눈에 띄는 간판, 규모가 큰 간판, 수적으로 많은 간판을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해 업소의 이주와 변동이 더욱 빈번해져 현수막, 입간판 등 도시미관을 해치는 광고물들이 거리를 뒤덮고 있다. 광고물 제작 측면에서도 천편일률적으로 \'플렉스 간판\'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광고물 제작업체간의 경쟁도 단순 가격경쟁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또 현행 광고물 관련 법규가 대부분 법·시행령(대통령령) 중심으로 되어 있어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잣대로 관리되고 있는 등 비현실적인 제도로 광고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합리한 도시 관리체계, 업소의 밀집성·영세성 등은 물리적인 개선이 어려우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개선 가능한 사항부터 하나하나 개선해 나간다. 서울시는 작년과 올해 불법광고물 정비를 대대적으로 실시해 왔고,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정비를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불법광고물의 정비만으로는 도시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광고물의 수준 향상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불법광고물 정비와 함께 질적인 수준 향상의 방향으로 점차 정책의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분야에서 필요한 근본적인 개선사항으로는 법규 제도의 재정비를 들 수 있다.
현재 관리법상, 개정을 추진해야 할 주요 골자는 △옥외광고업 개설 신고제를 등록제로 전환 △건축물 허가절차와 광고 게시시설 사이에 연계관리 근거 마련 △광고물 대형화와 난립 억제 및 경관 개선을 위한 부담금 제도의 도입이다. 또 지역별 차등화 관리 등 관련 제도의 전면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정수 서울시 광고물대책반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