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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투데이
<광화문 시평> 발행인 최병렬
공정경쟁 봉쇄하는 이상한 경쟁입찰
옥외광고 대행권 입찰 사상 상식의 잣대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시민의 발’을 자처하는 공공기관에 의해.
서울시 지하철공사의 이번 2호선 광고대행 입찰 추진과정을 접하면서 이게 정말 공공기관에 의한 공개경쟁 입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상식의 눈으로 단순하게 몇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 업체간 자유경쟁의 봉쇄 문제.
순수 옥외광고 대행사 가운데 지하철공사가 쳐놓은 ‘3년간 매년 150억 매출액’ 장벽을 넘은 곳은 불과 5곳으로 좁혀진다. 이 가운데 기존 사업권자인 국전과 국전의 지배주주인 전홍을 기득권자로 분류하고 보면 신규진입 출발선에 턱걸이한 업체는 단 3곳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대한매일이 지하철광고에 관한한 초보이고 광일도 대행보다는 제작쪽이 주력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전개될 경쟁의 판도는 대충 감이 잡힌다. 거의 기득권자의 독무대가 차려진 셈이다.
공사측은 일반 에이전시들의 입찰 자격과 참가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참가자격을 갖춘 업체가 수십개에 이른다고 항변한다.
이론상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이론상으로만 따지자면 전국의 모든 신문사,방송국이 다 유자격 업체일 테니까. 그러나 그동안 에이전시들이 입찰에 참가한 사례가 거의 없고 또 설사 이번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개연성만을 바탕으로 고유영역 업체들의 경쟁기회 자체를 무리하게 박탈하는 것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설득력이 없다.
대개의 경우 입시 경쟁률이 높아지면 합격선도 높아지는 법, 응찰업체가 많아져서 공사측에 해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둘째, 통합입찰 방식으로의 회귀 문제.
통합입찰은 공사측이 원래부터 채택했던 방법이었으나 98년 감사원의 권고를 받고 분리로 변경해 현 사업연도에 적용했던 제도다.
업계는 통합보다는 분리입찰이 합리적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업권이 분할돼 보다 많은 업체들에 입찰참가 문호가 확대되고 입찰참가시의 입찰보증금, 낙찰시 내야 하는 이행보증금 등 재정적 부담도 크게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호?불호를 떠나 독과점이 자본주의의 큰 병폐임을 인정한다면 다수 기업들에 대한 수혜기회 확대는 오히려 공사측이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방향이다. 물론 능력이 있는 업체는 양쪽 다 응찰을 하면 되기 때문에 대기업이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는 것도 아니다.
공사측 관계자는 분리를 하면 광고주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역구내는 광고유치가 어려워 수익성 측면에서 인기가 높은 전동차 내부와 묶었다고 설명한다. 이해하기 힘든 발상이다. 업계가 그런 공사측의 계산대로 값을 매겨줄지도 의문이거니와 공공기관이 광고료 몇푼 더 올려받자고 끼워팔기를 하려는 것을 어찌 평가해야 하나.
셋째, 입찰 타이밍의 문제.
지하철광고 입찰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현재으 일정대로라면 향후 3년간의 사업권자 결정(낙찰)부터 사업년도 개시까지는 휴일을 포함해 기껏 열흘 정도다. 만약 대행권자가 바뀔 경우 새 대행권자는 이 기간동안 차량내부 와 역구내를 합쳐 거의 5만개에 육박하는 광고물에 대해 광고주 섭외,광고시안 작성 및 공사로부터의 승인 획득,광고물 제작 및 설치 등을 모두 해내야 한다. 이 과정에 차질이 생겨 광고를 못붙이더라도 매체사용료는 계약조건에 따라 100%를 공사에 내야 한다.
이 입찰시점이 어떤 독소를 지니고 있는지는 과거 1호선과 3호선의 사업자가 바뀌었을 때의 사례가 증명해 준다. 당시 업계의 예상을 깨고 새 사업자로 결정된 중규모 업체는 이 입찰시점 때문에 피멍이 들었다. 지하철에 광고를 하는 광고주들도 기존 사업자가 12월 31일 모든 광고물을 일시에 철거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보아야 했다. 한 업체 임원은 “새 사업자의 경우 기존 사업자에 비해 최소한 30억원은 손해보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기한 만료 불과 열흘을 남겨두고 사업자가 결정되도록 돼있는 이 기가 막힌 입찰 타이밍. 이게 기존 사업자와 후보 사업자에게 어떤 조건으로 작용할지는 불문가지다. 이를 어찌 상식이고 공정한 룰이라 하겠는가.
계약상 영원한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드러내놓지는 못해도 업계에서는 ‘로비설’, ‘특혜설’, ‘횡포’, ‘사기극’ 등 온갖 험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 투성이의 지하철광고 입찰. 그렇지만 방법은 간단하다. 이번에 변경하기로 한 내용들을 무효화하고 보다 공평하고 합리적인 새 룰을 만들어 적용하는게 최선이다. 그게 공사의 이익을 위해서도, 업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안이다. 지하철공사 스스로 이같은 용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 서울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