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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투데이
옥외광고물(간판), 문제인가? 현상인가?
김성홍(서울시립대 건축도시조경학부 교수)
건축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우리도시의 얼굴을 지배하는 간판은 치유해야 하는 문제(problem)인가? 아니면 우리 도시만의 고유한 특징이며 도시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phenomenon)인가?
간판난립 원인 무엇인가
초고밀도 도시에서 상업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간판 수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영세소매업종의 비율이 높고, 단기간에 다른 업종으로 전환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업주는 간판이 영업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경쟁이 치열해 남보다 크고, 많고, 자극적인 간판을 원한다. 1만여개 이상의 제작사가 난립돼 있으며 규모와 수준에 심한 편차가 있다. 광고제작에 필요한 자격요건이 없고 이들을 통제, 조절하는 장치가 없는 것도 디자인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옥외광고물법과 시행령의 담당부서는 행정자치부로 건축과 도시관련법을 담당하는 건설교통부와 분리돼 있다. 해외 도시의 경우도 도시 및 건축법과 광고물법은 분리돼 있으나 행정절차과정에서 서로 협조체제를 갖고 있어 건물별 광고물 관리가 이뤄진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조례로 구성된 현행 관련법령은 지나치게 복잡해 파악하기 어렵다. 그림 위주의 해설서도 없어서 불법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들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각종 국제 주요행사 때마다 광고물 특별법이 제정되고 가로변에 대형간판이 들어선 것이 문제다. 특별법에 의한 간판의 범람은 기존 옥외광고물법의 기조와 형평의 논리에 어긋날 뿐더러 관리의 당위성을 저해시킨다. 공공기관이 앞서서 행정 및 사업의 결과를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을 걸고 있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지 않으면 간판의 수준향상은 시작부터 불가능하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표현의 형평성:한정된 건물의 표면에 많은 사람이 표현의 형평성 갖기 위해서는 상호규약이 필요하다. 앞으로 간판은 규제, 관리, 정비의 대상에서 시민 스스로의 규약의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보행자의 흐름을 방해하는 간판은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공공의 관점에서 제약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역사문화도시의 보존:상업활동을 억제하면서까지 광고물을 제한하는 것은 역사문화도시의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관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서울시는 최근 몇 년간 강제정비 성격을 지닌 가로정비와 주민협의적 성격을 지닌 시범가로사업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도시 및 건축물과 간판문제 연계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시스템 개발 △구체적 관리 매뉴얼 수립 △광고제작의 수준 향상을 위한 방안 등 단기적 관리 및 행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장기적 기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광고물의 관리 및 행정은 강제적 정비로 끝날 수 없다. 지속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악화된다. 또 현재의 관련법은 도시 및 건축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전무한 반면, 개별 간판의 규제는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이해하기가 어렵다. 관련법은 수량을 상세하게 제한하기보다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광고물의 수량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통해 도시 및 건축법과 옥외광고물을 연계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지구단위계획\'과 간판을 결부시키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건축허가나 준공시 건축 관련부서에서 광고물 지도를 받는 도쿄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시민의 몫은 무엇인가
△시민단체:앞으로 간판문제는 시민단체의 몫으로 넘어가야 한다.공공기관의 태도, 대기업의 광고, 특별법 등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간판문제의 간수 역할을 해야 하며, 환경문제처럼 정치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광고사업협회:규제완화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일률적 광고유형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파나플렉스와 같은 2차원 제작기법을 입체형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연구하고 제안해야 한다.
△광고주: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광고주의 연합체가 자발적인 규약 내용을 공공기관과 협상하는 Bottom-up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