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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이 낯선 과일이 대박을 터뜨린 이유는 무엇일까
핑클의 이효리가 필리핀 보라카이 해변에서 시원스런 붉은색 의상을 입고 나타난다. 양팔에 들려 있는 바구니에는 탐스런 망고가 가득 차 있다. 짙푸른 바다와 열대의 쪽빛 하늘이 맞닿은 해변풍경 한 구석에 그림처럼 서 있는 야자수 한 그루가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낸다. “어머나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니? 많고 많은 과일 중에 ○○○망고. 이렇게 맛있는 건 난생 첨이야∼.” 톱가수의 노래실력치고는 그야말로 형편없다. 노래는 갈수록 망가진다(?). “세상에 이런 맛이 어쩜 어쩜 몰라 몰라∼.” 어린애 수준인 가사 역시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델몬트 망고’ 광고다.
광고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1990년에 방송을 탔던 델몬트 오렌지주스 광고 ‘따봉 브라질편’은 광고 사상 최대의 빅히트작이었다. 그러나 정작 오렌지주스 상품보다는 오히려 ‘따봉’이란 말만 히트시켰다고 할 수 있다. 주객이 뒤바뀐 것이라고 할까? 그러나 이번 델몬트 망고 광고는 다르다. 포장인 광고는 극히 단순한 대신 내용물인 망고주스는 일대 붐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음료시장은 망고주스 열풍에 휩싸여 있다. 한 음료업체가 “편의점이며 자판기며 찾을 때마다 품절이라서 소비자들을 황당하게 만들고 있는 망고주스”라고 선전할 정도다.
지난 1월 선보인 국내 첫 망고주스 델몬트 망고는 6월10일 5천만캔을 돌파하며 ‘대박 음료상품’ 대열에 들어섰다. 음료 역사상 단기간 최다 판매기록(출시 2년 만에 10억캔 돌파)을 세운 ‘2% 부족할 때’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우며 한여름을 질주하고 있다. 국내 망고주스 시장규모를 애초 연간 200억원 정도로 봤던 롯데칠성음료는 망고주스 선풍이 일자 1400억원으로 대폭 늘려 잡았다. 국내 전체 음료시장 규모는 줄잡아 1조원인데 한 품목이 무려 14%를 차지하는, 그야말로 대박이 터진 것이다.
망고주스 열풍의 배경으로 꼽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국적인 열대과일이란 점에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걸쭉하면서 달착지근한 맛에 망고 특유의 향긋한 냄새까지 어우러져 소비자들의 입맛에 불을 당겼다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국내 과일주스 시장 상황이다. 매실주스와 제주감귤주스에 이어 과즙음료시장을 지배할 뚜렷한 음료가 없던 참에 망고가 때마침 등장해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업계는 콜라, 사이다, 오렌지 등과 달리 망고 붐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다른 과일주스처럼 망고도 사이클이 있어서 내년이면 다시 수요가 내리막길로 돌아설 것이다. 델몬트 망고를 뒤쫓아 망고주스를 내놓고 있는 업체들은 내년에 결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망고주스도 ‘한번 왔다 가는’ 음료가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한겨레21 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