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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투데이
전립선 비대증
약속 메모를 위해 걸어놓은 3개월이 함께 적힌 긴 달력을 쳐다보니 마지막 줄에 빨간 글씨로 ‘크리스마스’가 적혀 있는게 보인다. 벌써 연말이 다가온다니… 하루를 일년처럼 시간을 아껴서 쓰겠다던 연초의 계획은 하나도 지켜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아빠들이 경제난으로 허덕이면서 이렇게 한해가 또 저문다니 서글픈 느낌도 든다.
날씨가 스산해지면 걱정거리가 생긴다. 엄마들은 김장 걱정을 하고, 아빠들은 난방을 다시 점검하며, 아이들은 어느새 겨울방학을 기대하면서도 시험 준비에 허덕거리게 된다. 젊어서 자식들을 위해 고생만 하시던 우리의 할아버지들에게도 고민이 생기게 되는데, 그 중 자식들에게 말하기 불편한 것이 바로 소변보기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수련의 시절 응급실을 지키다보면 이맘때 소변이 마려운데 잘 나오지 않으면서 찔끔찔끔 넘치듯이 흘러나오고, 부풀어 오른 아랫배만 움켜쥐고 응급실을 찾는 할아버지가 유달리 많다. 전립선비대증으로 방광이 망가져 소변을 짜주는 힘이 약한 상태에서 과음을 하든가 감기약 중에서 방광을 약간 늘어지게 하는 성분이 포함되면, 덜컥 소변이 못 나오게 되는 ‘급성요폐’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전립선비대증은 60대 이상 남성의 50% 이상에서 경험하게 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평소에도 소변줄기가 약해지고, 소변보는 횟수가 증가하며, 밤에도 몇 차례 깨어야 하기도 한다. 소변을 봐도 시원한 느낌이 없고 심하면 소변줄기가 중간중간 끊어지거나 한참동안 힘을 주고 애를 써야 소변이 겨우 나온다. 이런 증상들은 전립선이 커져 가운데를 지나는 요도를 눌러 생기는 직접적인 효과뿐 아니라, 하수도가 막혀서 방광도 서서히 망가져 가면서 생기는 변화 때문이다.
전립선 비대증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가 간단한 검사로 전립선과 방광의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경미한 정도라면 과음이나 과로를 피하는 정도의 생활습관 변화로도 충분하지만, 본인이 불편함을 확실하게 느낄 정도라면 약물치료나 수술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병은 키우면 언젠가 큰 화근이 된다는 평범한 상식은 응급실에 가보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