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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투데이
빌려쓴 연장은 꼭 되돌려 주시길…
조선 정조임금때 정홍순이라는 대감이 있었습니다.
정대감은 언제나 갈모(갓 위에 쓰는 작은 우산)를 두 개씩 지니고 다녔습니다. 2개를 지닌 것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비가 내렸습니다. 정대감은 서두르지 않고 갈모를 썼습니다. 그때 저만치서 쩔쩔매는 선비가 있어 갈모를 빌려주었습니다. 선비는 내일까지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삼년이 지나도록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나중 호조판서가 된 정대감은 새로 장원급제한 선비의 인사를 받다가 순간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삼 년 전 갈모를 빌려간 그 선비였기 때문입니다.
“자네 나를 기억하는가.” “저는 대감을 오늘 첨 뵙습니다.”
“잘 생각해보게. 삼년전 어느날 갑자기 비를 만나 갈모를 빌린 적이 없었던가.”
“워낙 하찮은 일이라서 잘 생각이 안납니다.”
“그때 갈모를 빌려준 사람이 바로 나일세. 남에게 빌린 갈모 하나를 제대로 돌려줄 줄 모르는 사람에게 어찌 중요한 나라일을 맡기겠나. 당장 물러가게.”
그 선비는 장원급제하여 벼슬길에 나간 첫날 파직된 것입니다.
우리는 작은 약속을 잘 잊어버리고 그것을 크게 문제삼지도 않습니다.
간판가게에 있다 보면 작은 물건들을 빌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변 가게에서 연장들을 빌려가곤 하지요. 어떨 때는 타지에서 간판공사를 하러 와서 연장을 빌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데 그 선비처럼 안돌려 주는 경우가 몇번 있어서 아주 낭패를 보았습니다. 그 후엔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연장을 안빌려줍니다.
얼마 전 모르는 사람이 간판시공을 하면서 연장을 빌리러 왔습니다. 연장을 빌려드릴 수 없다고 하니까 마구 화를 내면서 욕지거리까지 퍼붓더군요. 너무도 놀라고 화가 나서 빨리 나가라고 했습니다.
간판시공을 하면서 필요한 공구도 안챙기는 자신의 불찰은 간 데 없고 타지에서 와서 공사하는 것이 배아프냐는 식으로 말할 때는 정말 화가 났습니다. 간판 시공을 하러 갈 때 그쪽 지역에 누가 있으니까 급하면 빌릴 거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간판하는 분들에게 해본 적이 있는데 의외로 경험이 다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고의는 아니고 실수로 깜빡해 안가져가서 다시 가게로 올수도 없고 해서 주위 아는 가게에서 빌렸는데 안돌려줬다고 하더군요.
사실 연장을 돌려주러 일부러 가기가 힘듭니다. 매일 다른 지역 스케줄이 잡혀 있거나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누군가를 시켜 택배로 부쳐주면 어떨까요? 기어이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이라면 방법은 있을 겁니다. 우리 마음에 작은 것을 하찮게 여기는 선비와 같은 그릇된 심보가 없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주 영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