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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 수필 - 부산 아지매의 ‘간판집 일기’

l 호 l 2003-10-22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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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사시험에 관하여


아침에 우편물이 왔는데 옥외광고사 시험 치라고 공문이 왔더군요.
제 남편은 새벽 6시에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간판 제작하고 수리하느라 눈코뜰 새가 없습니다.
하루종일 한번도 앉아보질 못해서 다리하고 발이 저려서 밤마다 제가 주물러 줘야 겨우 잠듭니다.
그래도 너무 피곤해서 잠들지 못하면 술을 왕창 마시고 잡니다.

그런데 언제 공부해서 시험을 봅니까. 제도를 추진한 취지는 좋은데, 우리 남편같은 사람은 어찌 합니까.
사인애드에서 아무리 좋은 예상문제를 내고 광고사업협회 홈페이지에 쪽집게 예상문제를 내면 뭐합니까?
정작 문제를 풀어봐야 하는 당사자는 문제 풀 시간이 없는데.
‘일하는거 하지 말고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문제를 풀면 되잖습니까?’ 이거 해운대구청 공무원이 하신 말씀입니다.

지금 수금이 안돼서 시어머니께 돈 빌려서 생활하고, 우식이 미술학원비도 못주고 있습니다.
남 줄 돈 있으면 참지 못하고 줘버리는 남편 성격 때문에, 우리집에는 가끔 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매일 정신없이 일해야 그나마 수금이 되는 곳이 생기니까 생활을 하는 겁니다. 정말 막막합니다. 이번달 내내 작은 수리건과 제작건들이 줄줄이 밀려 있습니다. 행복한 비명인가요?

남는 건 적고, 일거리만 많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저는 남편의 과로때문에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사람 구한다고 맨날 광고하고 써붙여도 사람 구할 수도 없고, 구했더라도 일주일을 못채우고 가버립니다.
공무원 말로는 새로 등록을 해야 한다던데, 자격증이 없으면 등록도 못하고 가게 문 닫으면 뭐해먹고 삽니까?
원서비가 7만원이더군요. 국가자격증이라면서 무슨 7만원입니까? 나름대로의 근거를 사용해서 산출했겠지
요. 그래도 7만원이라는 거는 도저히 이해도 안가고 솔직히 화가 납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화가 나고 서러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같습니다.
기운이 빠집니다.
보조기사라도 있는 다른 간판집 사장님들은 문제를 풀어봤다고들 하는데 우리 남편은 보조기사도 없는데 시험공부를 어떻게 할까요? 정말 걱정이고 고민입니다.

주 영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