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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투데이
개업간판에 얽힌 사연들
지금 우리 가게는 시누님 친구분이 미용실을 개업한다고 해서 한창 개업간판을 만드는 중입니다. 무조건 싸게 해달라는 조건입니다. 개업집 간판을 만들다 보면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경우인데 가격만 저렴하고 욕심은 저렴하지 않을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적은 돈으로 남 하는 거 다 하고 싶은 마음이야 탓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불가능할 때 이해시키는 기술도 간판 만드는 사람의 능력입니다.
둘째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가격은 상관없으니 최고로 만들어 달랍니다.
시안잡는 순간부터 부담이 느껴지고 시공이 끝나 OK가 떨어질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결제가 문제이지요. 한 번에 시원하게 결제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몇달씩 애먹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간판은 다음에 천갈이할 때도 정말 갈등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수금하는 기술도 간판 만드는 사람의 능력입니다.
셋째는 마음이 열 두 번도 더 바뀌는 경우입니다.
아침에 찾아와서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주문하고 가서 점심때 전화로 이렇게 바꿔달라고 하고 저녁때 또 찾아와서 바꾸는 경우입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시공이 끝나 안심해도 되겠구나 싶으면 또 전화해서 바꿔달랍니다.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전화올 때마다 고쳐달랄까봐 벨 소리가 겁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결제는 속썩이지 않고 잘 해결됩니다. 그러나 돈줬으니까 수정요구도 더 당당하게 합니다. 이럴때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적당한 때 거절하는 기술도 간판만드는 사람의 능력입니다.
넷째는 나중 소개를 미끼로 에누리를 하는 경우입니다. 저희같은 소규모 간판가게들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입니다.
실제 나중에 소개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만 그래도 10명중 1명은 소개해 주기도 합니다. 때문에 혹시나 하고 적당한 선에서 에누리를 해줍니다. 이럴때 우수한 통찰력으로 사람 속을 꿰뚫어 손해보지 않는 기술도 간판 만드는 사람의 능력입니다.지금 이 순간에도 개업집 간판을 부지런히 만드시는 여러 사장님들은 개업간판을 해주고 나서 개업선물을 뭘 할까 고민까지 하실 것입니다.
저희가 만들어준 간판으로 장사가 잘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간판주인도 재수좋은 간판이라면서 소개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처음 갈비집 개업간판에서 나중에 분식집 간판으로 규모가 작아지는 경우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요즘은 불경기라서 이것 했다가 저것 했다가 하는 바람에 만든지 몇달 안돼 간판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속모르는 사람들은 간판가게들이 그것 때문에 돈을 잘 번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번 만들어준 간판이 몇년이 지나도록 늠름하게 버티고 장사도 날로 번창해야 정말로 간판가게도 번창하는 것입니다.
주 영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