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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호) ♣ 고추박사의 ‘굿 라이프’

l 호 l 2003-12-03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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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경만곡증’

노동쟁의가 한창이다. 명동성당 바로 앞에서 병원을 운영하다보니 데모대의 시끄러운 함성에 내원하신 환자들이 불편해하는 모습에 화가 나거나 짜증날 때도 있지만, 시위대 한사람 한사람마다 얼굴에 서려있는 비장한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켠이 시린 느낌이 들곤 한다.
80년대에 대학교를 다닌 세대는 민주화 투쟁당시 격렬했던 시위를 기억할 것이고, 시위에 조금이라도 가담했다면 크고 작은 상처를 훈장처럼 달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광스러운 상처가 민망한 곳(?)에 생길 때는 웃지 못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시위가 한창이던 어느 날 교양과목 강의를 같이 듣던 체육과의 한 학생이 성기 쪽을 움켜잡고 쓰러져 있어 응급실로 업고 갔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살펴보니 성기 가운데에 큰 멍과 함께 가벼운 찰과상이 있었고, 본인 기억으로는 전경들 가운데 한사람의 발길질에 급소를 정확히 차이고 너무 아파서 누워 뒹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불려 왔고, 몇 가지 검사를 한 후에 수술할 정도는 아니지만 음경에 약간의 상처가 있으니 약을 먹고 무리하지 말고 집에서 푹 쉬라는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애국심에 불타던 그 친구는 다음날도 시위에 앞장섰고 밤에는 친구들과 술잔도 기울였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올해 5월경에 우연히 병원을 찾은 그를 만났다. 그가 병원을 찾은 이유는 음경을 다친 이후에 조금씩 음경이 휘었고, 이제는 45도 이상 휘어서 부부관계가 불가능해 고민이라는 것이다. 그때 의사 말을 들을걸 하는 후회가 막심하고 부인 보기가 미안해하다가 내 소식을 듣고 큰맘 먹고 병원을 찾았단다.
성기 안의 발기를 이루는 두 개의 혈관 기둥을 ‘음경해면체’라고 하는데 여러 이유로 이 해면체가 휘는 질환이 ‘음경만곡증’이다. 선천적으로 약간 휜 정도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각한 기형과 동반되거나 후천적으로 생겨서 점점 진행된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해면체를 둘러싼 두꺼운 ‘백막’에 상처가 생기거나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켜 흉이 생기면 그 부분을 중심으로 점차 굽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일단 외상이나 성관계 중에 음경이 다치면 침착하게 병원을 찾아 손상의 정도를 확인하고 심각하면 응급수술로 교정하나, 경미한 경우 약물치료와 안정이 필요하다. 손상 초기에는 차갑게 지혈하고 어느 정도 안정되면 따뜻한 물에 좌욕을 하여 상처가 깨끗하게 아물도록 해야 하며,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술이나 담배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일단 많이 휘어져 성관계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일단 수술로 교정된 후에도 일정기간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는 5월말에 수술을 받고 1개월 정도 지나서 성관계를 가져 본 결과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두 아들이 싸울 때에도 서로의 급소를 절대 다치지 않게 하느라 오늘도 가슴졸이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