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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호) 수필 - 부산 아지매의 ‘간판집 일기’

l 호 l 2003-12-18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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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

“불법간판 거절하면 바보되는 현실 고쳐져야”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된다고 합니다. 개정안중 불법광고물 신속제거를 가능토록 했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몇년 전 옥외광고인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 점심까지 사먹어가며 하루종일 받은 잊을 수 없는 교육이었습니다.
담당 공무원과 협회 임원들이 차례로 강연을 했습니다.
공무원들은 새로 바뀐 법에 관한 책자를 주면서 열심히 강의했습니다. 요지는 ‘이제는 간판 크게 만들어서 이익남길 생각을 하지 말고 멋진 디자인으로 승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크기는 광고주가 원하면 어쩔 수 없고, 디자인도 아무리 멋진 것을 갖다줘도 광고주가 미적 감각이 없어 촌스러운 디자인을 고집하면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하지만 광고주 의견을 반대하면 다른 가게로 갈 것이 불보듯 뻔한 것이라서 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만약 불법광고물을 제작하면 간판업자 300만원, 광고주도 300만원씩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공무원들이 거듭 강조했습니다. 실컷 만들어 벌금 빼면 남는거 있겠느냐면서 아예 처음부터 불법광고물을 만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남편과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결론은 불법광고물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동네 피아노학원에서 현수막을 주문하면서 학원앞 전봇대에 달아 달라고 하더군요. 남편은 그것이 불법이라면서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보란듯이 다음날 현수막은 내걸렸고 오랫동안 철거되지 않았습니다.
빨간색이 50%를 넘으면 불법이라고 열심히 설득했는데 새로 걸리는 간판중에 시뻘건 간판은 여전했습니다.
그 모든 간판이 강제로 철거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간혹 TV에서 철거장면이 보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제 주변에서 철거되었다는 소식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강제철거의 수위가 전국적으로 들쭉날쭉했던 것같고 그때문에 불만의 소리도 많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가게에서 잠깐만 눈을 돌리면 작은 표찰부터 현수막까지 마음대로 붙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시장통 담벼락에 ‘XX학원 50m’같은 표찰들이 몇개씩이나 붙어 있습니다. 각종 학원, 병원, 헬스장이 몇m 남았는지 표시하는 것입니다.
낯뜨거운 폰팅광고 현수막도 조그만 크기로 붙어 있습니다. 초등 2학년 아들과 시장에 가다 폰팅이 뭐냐고 물어보는 통에 화가 났습니다.
불법광고물 퇴치를 외치면서 도대체 뭘 없앴다는 것인가?
지난 여름 전봇대와 담벽에 붙어있던 보기에도 민망한 술집 포스터들이 아직도 건재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불법광고물을 거절했던 전국의 많은 간판인들을 한순간 바보로 만드는 것입니다. 준법을 하다가 일거리를 놓치는 선량한 간판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들이 거절했던 불법광고물이 버젓이 설치되고 허가를 받았음을 알았을 때 얼마나 허탈했겠습니까?
악법도 법이라면서 지키자고 다짐하는 진정한 간판 아티스트 사장님들의 마음을 더이상 아프게 하지 말도록 이번에는 좀 더 철저한 대책을 세워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주 영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