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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투데이
♣ 고추박사의 ‘굿 라이프’
어린이 고환염전
아이들을 너무 많이 낳는다고 산아제한 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너무 적게 낳는다고 고민하는 사회가 되었다. 적게 낳다보니 자식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더 커진 듯하고, 이 귀한 자식이 아프거나 문제가 생기면 부모들이 더욱 안타까워한다.
수련의 시절, 응급실에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8세된 남자아이가 찾아왔다. 아이는 성기 부근을 감싸 쥐고 아파하는 얼굴이었고, 엄마는 화가 난 듯 상기된 표정이었으며, 할머니는 수많은 주름 때문에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의사를 만나자마자 엄마는 앙칼진 목소리로 사연을 늘어놓았는데, 그 내용이 기가 막혔다.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데 벤치에 쉬고 계시던 할머니가 귀여운 아이에게 몇마디 얘기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고추를 만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옛날 어르신들 흔히 하시던 “그 놈 고추 좀 만져보자. 얼마나 영글었나?”를 하셨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5분쯤 지나면서부터 고추가 아프다면서 애가 집에 울고 들어와 할머니의 만행(?)을 엄마에게 이르고, 엄마는 노발대발 할머니를 찾아내 애와 함께 가까운 병원을 찾아갔단다. 그런데 그 의원에서는 고환에 문제가 있긴 있는데 치료가 어려우니 큰 병원을 찾으라고 하니, 우리의 할머니는 약간의 추행(?) 때문에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2시간에 걸쳐 끌려 다니셨고, 가뜩이나 깊은 주름이 더 굳어져 버린 것이다.
아이를 진찰해보니 사전 진료하신 의원선생님의 판단이 옳았다. ‘고환염전’이라고 하는 응급질환으로, 간단한 처치에 복구가 되지 않아 응급수술로 다행히 치료를 받게 되었다. 나이와 이전의 증상으로 보아 할머니 잘못이 아니라고 자세히 설명을 했지만 아이가 나아질 때까지는 할머니를 놓아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결국 응급수술이 끝나고 나올 때까지 할머니는 가슴 졸이며 자리에 붙들렸다가 겨우 풀려나셨는데, 다시는 동네아이들 근처에도 못 가실 것 같아 안타까웠다.
고환염전은 사과나무에 사과가 달려있듯이 혈관과 정관에 매달린 고환이 음낭 안에서 시계방향이나 반대방향으로 돌아 혈관이 꼬이고 혈액순환이 안되어 4~5시간이 고환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무서운 응급질환이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을 조기에 찾는다면 몇가지 이학적 검사와 증상을 점검해 보고, 필요한 검사로 진단이 확인되면, 간단한 처치로 회복을 시도해 본 뒤 교정이 되지 않을때 응급수술로 교정해 주어야 한다. 제 시간 내에만 교정되면 고환에 별다른 이상이 없지만 시간이 너무 경과되면 한쪽 고환을 잃게 되는데, 다행히 고환은 한쪽만 있어도 자녀를 갖는데 문제가 없고 성인이 되어 외관상 문제가 있다면 인공고환을 삽입하면 된다.
귀한 자녀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평소 의료상식을 늘려 급한 일이 생겨도 침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