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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투데이
좋은 약 잘쓰기
“자, 잡숴 봐. 한번만 자시면(잡수시면), 일주일간 기운이 뻗쳐 오줌발이 하늘로 올라가고 여자 생각에 잠이 안와. 애들은 가라.”
시골장터 약장사들이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 자기 약이 얼마나 대단한지 떠드는데, 그 내용이 기가 막히다. 겉보기에는 볼품없는 그 약을 놓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가져다 붙이는데, 더욱 기묘한 일은 구경꾼들이 호기심에 몰렸다가 하나 둘씩 자기 돈을 내고 약을 실제 샀다는 점이다. 나중에 약효를 확인하기 힘들다 보니 약효가 없더라도 아무도 약장사에게 불평하지 않았었으며, 정력이나 오줌발은 어떤 남자라도 관심거리가 되고 아무리 좋아도 더 바라게 되는 문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인병이 늘어나면서 약에 파묻혀 사는 인구가 늘고 있다.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전립선비대증 등등 어르신들이 수시로 달고 사는 약들 말고도, 건강에 좋다는 영양제, 건강보조식품, 수입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약들이 어지럽게 한다. 만병통치약 한 알로 모든 병이 나으면 좋겠지만 각각의 병마다 필요한 성분이 다른지라 이 약 저 약 늘려가며 서글프게 살고 있다. 아주 가끔은 약 없던 원시인들은 어찌 살았을까 하고 약을 애써 외면하려 해 보지만, 어쩌다 아파서 약의 위대한 효과를 경험하게 되면 결국 약의 예찬론자로 바뀌곤 한다.
의과대학에서 ‘약리학’을 처음 배울 때 ‘약은 독이다.’라는 문구를 만난다. ‘모든 약은 인체 내에서 아픈 기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좋은 기능을 발휘하지만, 다른 기관에는 심각한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반드시 약을 쓸 때는 전문가의 조언을 철저히 따라야 하고, 특히 장기 복용해야 하는 약일수록 환자 자신이 반전문가가 될 만큼 열심히 알아보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저 먹으면 안 아프고, 좋아진다는 사실만 경험하고, 자신이 임의로 약을 구하거나 용량을 마음대로 바꾸다가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제 발기부전도 약을 먹는 시대다. 엄격히 말하면 발기기능을 근본적으로 고쳐주는 발기부전의 치료제라기보다는 성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해결사’인 이러한 약들이 중년이상 남성들의 복용약 리스트에 당당히 올라가 있다. 작년 말부터는 가지 수도 늘어 어느 것이 더 강력하고 자신한테 맞는지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두 달 전쯤 개인사업을 하는 50대 초반의 남성이 찾아와 발기부전에 관한 상담을 했다.
“다른 병원에서 검사도 해 보고 먹는 약을 계속 먹어 왔어요. 자주 오기 어려우니 100알만 처방해 주세요.”, “그 많은 양을 혼자 다 쓰시게요?”,“사업하다보니 접대할 때도 아주 좋아서요…”
약이 보편화되면서 생기는 현상이지만 약에 대해 자세히 모르면서 내가 써 보니까 좋으니 다른 사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업진행에 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심혈관계에 작용하는 이러한 약들은 반드시 의사의 점검 하에 사용하지 않으면 간혹 위중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으며, 실제로 일본에서는 상당수의 사망자도 있었다는 설명을 해 주고, 본인이 사용할 양만을 처방해 주었다. 가끔 남자들 술자리에서도 친구끼리 주고받거나 심지어 술집 경영전략의 도구로도 쓰인다는 소문도 들리는데, 이 역시 위험한 일이다. 자신에게 잘 맞고 안전한지를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약은 잘 쓰면 신비의 묘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