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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투데이
자타 공인 실무·이론 밝은 \'최고 전문가\'
무보수 견습생으로
1980년 업계 입문
간판쟁이, 간판박사, 간판저널리스트, 간판디자이너….
ENS디자인 김영배(44) 사장의 이름 석자 뒤에 따라 다니는 수식어들이다. 어감은 약간씩 차이를 보이지만 \'간판\'이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간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김 사장은 \'간판\'에 관한한 전문가로 통한다. 그를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김영배=간판전문가\'라는 공식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입을 모은다.
김 사장은 단국대 시각디자인학과 재학시절인 지난 80년 대학생 해외연수의 일환으로 홍콩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돼 사인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화려한 홍콩의 야경에 매료돼 인생을 간판에 걸기로 결심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무작정 동네 간판가게를 찾아가 무보수라도 좋으니 일만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이 가게에서 실무를 익히며 간판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했다.
국내최초 간판서적
\'간판이야기\' 펴내
무보수 견습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며 대학 졸업장을 딴 그는 대학원에 진학, 졸업논문으로 \'도시 건축물과 외부 간판의 조화에 관한 연구\'를 써냈다. 91년에는 이 논문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간판관련 서적 \'간판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으며 업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학원 졸업 후 김 사장은 간판저널리스트로, 대학강사로, 간판디자이너로 사인업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92년 인덕전문대학을 시작으로 울산대를 거쳐 2001년, 2002년에는 부산정보대 사인디자인학과의 강단에 섰는가 하면 사인전문잡지 팝사인과 사인문화의 편집장 및 편집주간을 역임하기도 했다. 98년부터 3년간은 한국광고사업협회에서 각종 사업을 추진하며 협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며 2000년에는 사인디자인 전문회사 ENS디자인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집필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아 96년에는 \'옥외광고의 이해\'를, 2001년에는 \'장사가 되는 간판, 안되는 간판\'을 출판했다. 최근에는 2000년 열린 \'간판을 보다\'라는 기획전시에 이어 \'간판과 디자인전\'의 기획위원으로 참여,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일본식 용어
바로잡기 앞장
화려한 이력이 설명해 주듯 그는 실무에서 이론까지, 디자인에서 제작까지, 현장에서 법규까지 간판에 관한한 모든 것을 훤히 꿰뚫고 있는 간판전문가다. 대학 3학년 때인 80년 간판과 처음 인연을 맺었으니 지금까지 간판에 묻혀 지내온 세월이 23년이다.
\"저를 단순히 간판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시환경을 디자인한다는 생각, 도시환경을 개선한다는 자부심으로 이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철저한 프로근성은 오늘의 김 사장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그는 또 간판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일본식 언어를 바로 잡아 업계의 과학화를 앞당겼다는 데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은 \"후레임, 잔넬 등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 일본식 용어를 바로잡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아직까지도 잔재가 남아있긴 하지만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간판은 문화다\"
새제도 도입 희망
그는 우리 간판문화의 현주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 간판은 도시의 얼굴을 만들고 정보를 전달하는 창조자가 아닌 도시를 어지럽히고 시각공해를 유발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간판은 도시미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이에 대한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판은 제도와 간판제작자들의 것이 아닌 하나의 \'문화\'입니다. 국민의 의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간판도 바뀔 수 있습니다.\"
간판전문가가 바라다 본 우리나라의 간판문화는 이렇게 문제점 투성이다. 그나마 그는 올해 옥외광고업 등록제가 도입되고 옥외광고사 자격이 국가공인화되는 등 제도적인 부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소식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제도의 변화가 간판의 질적 발전에 초석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간판문제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이런 노력들이 하나 둘 결실을 맺는다면 간판이 문제가 아닌 문화로 거듭나는 날이 오겠지요.\"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