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sp투데이

“간판 정비, 획일성 벗어나 다양성과 통일성 조화돼야”
부시장급 본부장으로 수도 서울의 도시경관 분야 모든 업무 총괄
디자인가이드라인 제정… 지역별 특색있는 간판정비 전개 계획
간판을 포함한 옥외광고물이 도시미관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로 부각되고 있고 공공시설물까지 아우르는 도시디자인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들의 간판정비 및 도시미관 개선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공디자인 정책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과 전면적인 도시디자인 개선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가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신설했다. 이를 관장할 본부장 자리를 부시장급의 파격적 지위로 격상시켜 권영걸 서울대 교수에게 맡겼다. 권 교수는 한국공공디자인학회장과 공공디자인문화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국내 공공디자인 분야의 최고 전문가. 최근에는 중앙일보에 ‘공공디자인 산책’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함으로써 짧은 기간에 간판과 디자인을 전국민적 화두로 부각시킨 인물이다. 때문에 서울시의 부시장급 본부 신설은 어쩌면 권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위인설관\'(?)한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전인미답의 중책을 맡아 눈코뜰새 없는 권 본부장을 본지가 떼를 쓰다시피 해서 만나봤다. 전희진 기자
디자인서울총괄본부 권영걸 본부장
-특정분야의 업무를 목표로 부시장급 본부장 직제를 신설한 경우는 서울시가 최초라고 할 수 있는데 해외에도 이런 사례가 있는가.
▲직제를 논하기보다 도시디자인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설치된 세계 선진도시들이 많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도시디자인위원회가 옥외광고물에서 공공시설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심사하며 심의를 거치치 않고서는 간판 하나도 제대로 걸 수 없을 정도로 규제가 엄격하다. 시장이 도시디자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번에 공모를 통해 임용됐는데 응모하게 된 동기는.
▲30년 가까이 대학에 몸담으면서 공간디자인, 도시디자인, 색채디자인을 연구해 왔고 수많은 국책 프로젝트 및 기업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특히 세계 건축문명권 50여개국의 370여 도시를 현지 조사하는 등 지구촌의 공간문화와 인간 행태에 관한 흔적을 탐사했다.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현장에서 적용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와서 응했다. 우리의 수도 서울을 쾌적하고 경쟁력있는 세계도시로 만드는데 이제껏 연구해온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한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들을 추진하게 되는가.
▲도시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주택분야의 건축디자인, 도시계획분야의 도시경관 및 야간경관, 문화분야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등 여러 조직에서 분산돼 전개되던 디자인 관련 기능을 통합 조정해서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광고물이나 간판의 정비사업, 공공시설물 디자인 개선 사업, 도시경관디자인이나 가로보행환경 개선사업 등의 구체적인 사업들을 실시하게 된다.
-가장 먼저 시행할 사업은.
▲모든 디자인에 적용될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것은 서울시 공공환경 전체를 규율하는 디자인 문법을 개발하고 제도화하는 작업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해 나가겠다. 그리고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간판들부터 정비할 계획인데 지역별로 특색있는 간판 디자인을 적용할 것이다.
-현재 각 지자체들이 도시경관 개선을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간판정비 사업들이 너무 획일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획일적인 방식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간판은 사회문화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국민들의 기질적인 요인까지도 감안해 접근해야 하는 까다로운 문제다. 복원사업시에 교체된 청계천 상점들의 간판은 크기와 형태가 획일적이다. 이제까지 걷고 싶은 거리 및 간판정비사업의 대부분이 통일된 규격의 표준화된 디자인에 의해 획일적인 간판으로 교체돼 왔고 이것이 정비사업인 양 잘못 인식되고 있다. 시민 입장에서 볼 때 간판은 도시환경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공공재이기도 하고 점주나 간판주 입장에서는 사업의 내용과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민과 간판주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너무 획일화된 간판정비는 전체주의적인 방식이므로 개인적 욕구와 전체주의 시각을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바람직하다. 다양성 속에 통일성, 통일성 속에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의 옥외광고물 전반에 대한 입장은.
▲‘크다, 많다, 강하다’ 이 세 가지로 대변할 수 있다.
우선 간판이 너무 크다. 간판뿐 아니라 현수막 등을 포함하는 옥외광고물이 지나치게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수량이 너무 많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어떤 점포의 간판 수가 적게는 6개, 많게는 12개인데 2개 이내로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극도가 너무 높다. 색채와 간판이 담고 있는 문자나 그래픽, 광고물 및 경관조명에 사용되는 LED를 비롯한 각종 광원 등에 대한 자극을 완화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문제점을 잘 통제하고 개선해 품격있는 도시, 매력있는 도시, 정온한 거리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하며 여기에는 시민들의 자각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청계천복원 프로젝트와 같이 시의 예산을 투입하는 대대적인 정비사업을 펼칠 계획이 있는가.
▲청계천의 경우는 공간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이고 개인적으로 균형있는 발전, 균질한 삶의 보장에 관심이 많다. 공공디자인을 수단으로 서울 시민들이 전부 혜택을 누리는, 다시 말해서 어떤 특정 공간을 개발하는데 치우치기보다는 공공디자인이 어디에나 편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디자인이 좋은 하나의 벤치가 서울 전역에 적용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서울의 공공디자인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나.
▲서울은 산과 강을 두루 갖춘 천혜의 수려한 경관을 지닌 도시다. 또한 서울은 정도 61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이 깃든 유서깊은 도시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오랜 역사 및 문화적 전통을 자원화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를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여기에 IT강국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보유하고 있는 IT기술을 도시의 모든 구성요소 개발 시, 잘 활용해 선진도시, 고품격 도시, 첨단도시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포부에 대해 말해 달라.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자인에 대한 인식 수준과 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가 디자인 전문가들보다도 더 높다. 오 시장을 도와 서울을 천혜의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명품도시, 역사와 전통의 유서깊고 품위있는 도시, 세계인 누구나 한번쯤 방문하고 싶은 관광도시, 그리고 세계 선진도시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디자인 중심도시로 만들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