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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투데이
성탄절 밤 어둠속에 흐느끼며 뼈속까지 외로웠을 후배의 넋을 기리며
사인디자인 분야 큰별을 죽음으로 몰고간 악성 결제관행 개선돼야
애드몰 / 조 윤 철 실장
모두가 행복한 단꿈을 꾸고 있었을 지난해 성탄절. 그는 이제껏 느껴본 적이 없는 처절한 외로움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달래줄 수 없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헛된 세월을 비관하며 한발 한발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가고 있었습니다.
12월 26일 새벽 1시. 의정부 부근 도로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고(故) 김정훈 님의 장례식장. 여느 초상집처럼 북적대는 사람도 없고 음식도 없이 홀로 빈소를 지키던 어머님의 쓸쓸한 표정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했습니다.
어머님에게서 사망전 사연을 듣고 깊은 수렁에 빠진 고인의 고민과 회한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퇴직한 후 회사를 창립했고 인맥을 통해 사인물 공사를 여러 건 진행했다고 합니다. 필자의 사무실에 찾아와 사업자등록을 한 후 공장 인수와 여러 건의 계약에 독립 후 승승장구하려니 생각했었습니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사망하기 얼마 전 두 번에 걸쳐 낯선 사람들에게 불려나가곤 했는데 들어올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들은 돈을 받아내는 일명 해결사들이었고 고인이 위협에 못이겨 서명한 액수가 무려 억단위였다는 것입니다.
그 무렵 고인의 사업장 주소였던 필자의 사무실에도 하청업체의 빚독촉 전화가 걸려오곤 했는데 사업관계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여겼고 본인도 별일 아니라며 넘겨버린 일이 있곤 했었습니다.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공사를 진행했으나 수금을 못해 하청업체로부터 결제 독촉을 받고 그에 못이겨 쓰지 말아야 할 돈을 빌려쓴 듯이 보였습니다. 액수는 점점 불어났을 것이고 그에 따라 고인의 절망도 점점 불어났을 것입니다. 반대로 희망은 줄어들었을 것이고 혼자의 싸움에 누구하나 도와줄리 없어 외로움의 극치를 느꼈을 것입니다.
“외로워... 너무 외로워......”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이 말을 되씹으며 어머니는 흐느끼셨습니다.
왠만한 간판회사라면 책꽃이에 한 두 권쯤 꽃혀있을만한 ‘사인21’의 저자로서 누구보다 사인디자인에 자긍심을 갖고 있던 업계의 큰 별이 떨어진지 꼭 3개월이 되었습니다. 간판, 우리는 이 업을 통해 밥을 먹습니다. 이 테마를 외쳐가며 수없이 많은 시간과 땀을 쏟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사업장에서, 상담실에서, 그리고 디자인실에서 꿈을 이루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가가 죽음이라면….
사인경력 10년 이상의 선배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그동안 못받은 돈을 다 받으면 집한 채는 너끈히 산다고 합니다. 일을 하고 돈을 못받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만 당장 내일 결제건도 모레로 연기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업의 특성상 첫단계 결제가 미뤄지면 밑으로 딸려 있는 업체들의 고충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고질적 문제들을 나만 조심하자는 식으로 덮어두고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 김정훈 님은 그러한 현실 속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다른 실력과 경력을 갖고도 성공할 수 없는, 더구나 모든 생명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처절한 외로움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자 했던 사인디자인 실력자인 고인의 메시지에서 우리는 3개월이 지난 지금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요.
이제 우리의 업은 비단 우리의 것만이 아닙니다. 후배들에게 똑같은 외로움을 안겨 주기에는 우리는 너무 순수합니다. 공사를 천천히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확한 약정서를 작성하고 유사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제품을 제작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강력한 관련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고 김정훈 님과 같은 또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모두가 서로 도와야 하는 것입니다.
3개월 전 캄캄한 방 한 구석에서 흐느끼며 뼈속까지 외로웠을 후배 고 김정훈의 넋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