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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호> 만·나·봤·습·니·다 / 방송인 정재환

l 호 l 2007-03-29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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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 얼굴이다, 대한민국다운 간판을 걸자”


영어 범람하는 간판문화 탈피하고 우리글 우선 원칙 지켜야

바른 표기·정확한 전달력도 중요, 국민적 관심과 관리 노력 필요

 
 
방송인이자 한글연구가, 한글지킴이로 잘 알려져 있는 정재환씨. 올바른 한글 사용을 위해 앞장서고 있으면서 간판문화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그와의 의미 있고 기분 좋은 만남.
 
 

 
방송인 정재환씨는 현재 케이블 정책방송국 KTV ‘정재환의 아하 그렇군요’, EBS 교육방송 ‘코리아! 코리아!’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글문화연대의 부대표를 맡고 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얼마 전 성균관대에서 한국현대사 석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박사 과정까지 마치기 위해 다시 학교에 나가고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봄이 다가오는 길목인데도 불구하고 눈발이 많이 흩날리던 날 오후, 그의 방송 녹화가 끝난 후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인터뷰는 인근 커피숍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했다.
 
한글공부 하다가 간판에 관심


그는 지난 1월 30일 열렸던 간판문화연구소 출범식 때 사회자로 참여해 간판에 대한 소견을 펼친 바 있다. 간판 분야와는 무관할 듯싶은 그가 어떻게 간판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한글에 뜻을 두고 공부하게 되면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표기가 잘 된 것인지 눈여겨 보다가 간판문화에까지 관심이 이어지게 됐다. 공공이 보는 간판에 담기는 말은 올바르게 쓰여야 하면서 쉬워야 하고 또한 아름다워야 한다. 그리고 얼마나 나타내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잘 전달하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간판의 언어적 측면 중요…

우리글 중심 원칙 지켜야



2000년부터 한글문화연대에서 글이 지닌 가치를 키우고 한글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일을 하고 있다.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진행자가 틀린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한글을 공부하고 연구하게 됐다.

공공을 대상으로 하는 간판도 마찬가지. 간판이 지닌 언어적인 구성요소와 교육적인 기능에 대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는 현재 우리나라 간판에 영어 표현이 범람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어떤 정보를 고지해 주는 표지판은 정확하게 잘 전달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므로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옥외광고물은 한글을 우선으로 하고 영어를 병기해야 되는 것이 원칙인데 이런 원칙이 잘 안 지켜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온수 및 냉수 수도꼭지에 한글 대신 영어로 hot, cold라는 표기만 돼 있으면 이 뜻을 모를 경우 손을 델 수도 있다.”


그는 또한 대한민국다운 간판이 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그는 창밖에 보이는 ‘GS25시’라는 편의점을 가리키면서 “저렇게 표기하면 어느 나라 슈퍼인지 모른다”며 “‘네거리 주막 25시’ 정도면 괜찮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서 “중국, 일본의 경우 간판에 한자와 일본어가 많다. 자신들의 언어를 먼저 표기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바로 기본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으면서 때에 따라 필요할 경우 영어를 함께 적고 있다. 이런 점은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기본은 지키면서 필요할 때는 쓰자는 것이다”며 맹목적인 영어 추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얼마나 개성있게 표현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예쁜 한글간판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집 앞에 있다는 ‘사랑으로 크는 나무’란 감성놀이학교의 간판을 꼽았다. 장소의 성격과 상호를 잘 연결시킨 것 같다고.
 

 
광고판, 안내문 등 온 국민의

관심과 관리 노력 필요



그는 학교 승강기 게시판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우리말과 글로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인 게시판을 관리해보고자 의욕적으로 나섰다가 결국 실패했다고. 처음에는 제대로 관리가 되나 싶었는데 사람들의 호응이 점점 떨어지면서 엉망이 됐고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간판이 얼굴이다’ 그는 이 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침에 세수를 깨끗이 하는 것처럼 간판, 표지판, 알림판 등이 곧 우리의 얼굴이므로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생각하면서 다져진 원칙에 따라 실천하고자 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대한민국 간판의 받아쓰기 실력이 정상으로 향상돼 있을 날이 곧 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져본다.      
   

전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