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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호> ‘간판문화 개선, 관 주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민운동으로 이어져야’

l 호 l 2007-02-07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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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문화 개선, 관 주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민운동으로 이어져야’


간판문화연구소… 시민 주체 연구소 설립에 의의 

간판 조사·연구, 문제 해법 제시, 문화운동 등 전개

 
 
희망제작소 부설 간판문화연구소의 창립식이 지난 1월 30일 서울문화재단에서 열렸다. 국내에 간판을 연구하는 기관이 설립된 것은 처음으로 우리 사회의 간판문제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는 전문 연구소이자, 시민들과 함께 대안과 실천사례를 창출하는 시민문화운동 엔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간판문화연구소는 무질서하고 저급한 수준의 간판 난립, 소모적인 간판 달기 경쟁으로 공동체의식 훼손 등 현 간판문화를 개선하고 기존의 규제와 단속 위주의 방식에서 탈피, 시민의 참여를 중심으로 한 간판문화운동을 벌이고자 출범하게 된 시민 주체 기관이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

간판문화연구소 창립식은 우리 사회 간판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개론격의 자리로 마련됐다. 평소 간판의 문제를 고민해오거나 경험했던 문화인, 행정가, 전문가, 문화예술인, 일반시민 등이 이야기꾼으로 참석했다.


‘아름다운 간판, 아름다운 도시’라는 주제 하에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1부에서는 초청 인사들의 인사말과 축사, 최범 소장과 안상수 상임고문의 간판문화연구소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희망제작소의 김창국 이사장과 박원순 상임이사는 인사말에서 규제·단속 차원을 뛰어넘어 시민 중심의 바람직한 간판문화를 만들고 지속적인 개선의지와 실천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행자부 장인태 차관은 “지난해 7월 옥외광고물 전담부서를 만들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시점에 이번 간판문화연구소 창립으로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라며 문화연대 김정헌 대표와 함께 향후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2부에서 진행된 이야기 마당 시간이었다. 방송인 정재환씨가 사회를 맡았고 ‘우리 사회의 간판을 말한다’를 주제로 유홍준 문화재청장, 연극배우 박정자씨, 김진애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 부산 광복동 주민 김익태씨, 우상일 문광부 공간문화과장, 윤혁경 서울시 도시관리과장, 김영배 사인디자이너 등 7명의 초대 손님들이 패널로 참가, 시민에서 정부 관계자까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간판문화에 대한 토론을 펼쳤다. 간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간판문화 개선이 절실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연극배우 박정자씨는 우리나라 간판만 생각해도 불행하고 선거 때마다 난립하는 현수막들, 나무에 무분별하게 걸고 있는 플래카드 등으로 이민을 가고 싶을 정도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윤혁경 과장은 먹고 살기 바쁘니까 간판 개선이 잘 되지 않는 것이라며 생존권과 연관을 지었다. 결국 경쟁적인 간판 달기가 이같은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는 귀결점에 도달하면서 패널들은 간판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간판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고 김진애 위원장은 “간판은 삶의 일부로 시민운동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시민단체인 간판문화연구소에서 뚜렷한 원칙을 제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현했다. 우상일 과장은 “간판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더더욱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파리나 암스테르담의 경우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었고 간판문화연구소를 통해 우리도 그들 이상의 간판문화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부산시 광복동 김익태씨는 “간판 자체를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라는 개념으로 시민이 함께 마을을 가꿔 나가야 개선할 수 있다”며 “철저한 주민참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광복로 개선사업이 이에 대한 불씨를 지피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배 사인디자이너는 “못 생긴 간판, 재미있는 간판을 좋은 간판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판문화연구소 운영위원회 및 관계자, 청중이 한 마음되는 간판문화선언문 낭독으로 창립식의 끝을 맺었다.


전희진 기자
 

 
관중들이 이야기 마당에 참여한 패널들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부설 간판문화연구소의 최범 소장이 간판문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민주당 손봉숙 의원, 행자부 박명재 장관과 장인태 차관 그리고 박영윤 사무관, 파주시 윤병관 도시관리과장, 김성훈 옥외광고학회장 등 관심있는 많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인터뷰 / 희망제작소 부설 간판문화연구소 최범 소장
 
“간판, 문화 자발적인 개선 의지 필요한 시점”


  시민 참여가 중심이 돼 민·관·전문가들의 유기적으로 협력할 터
 
 희망제작소 부설 간판문화연구소 최범 소장.
 
-간판문화연구소의 소장이 됐는데.

▲미술 및 디자인 평론과 공공디자인 강의를 해 오면서 우리 사회의 간판문화가 조속히 개선돼야 함을 절실히 느꼈고 이번 간판문화연구소의 출범에까지 이르게 됐다. 아름다운 간판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개선방향과 대안을 모색하고 시민참여를 중심으로 하면서 민·관·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구와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에는 간판문화연구소와 같은 민간 연구소나 기관이 있나.

▲외국에는 이런 사례가 없다. 간판정비와 개선을 관이 주도하던 일반적인 단계를 벗어나 시민운동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의식의 발로이므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패널들의 토론 중, 먹고 살기 바빠서 간판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간판 개선이 업주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면 업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과연 간판이 먹고 사는 것과 연관이 있을 만큼 그렇게 척박한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간판을 바꿔 업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면 우리보다 훨씬 좋은 간판문화를 지닌 선진국 국민들은 생계도 못 잇는 어려운 사람들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간판문화연구소의 의의는.

▲이제 간판은 우리 삶의 일부이고 문화이므로 자발적인 개선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이 참여해 의견을 나누고 좋은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이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에게 맞는 제대로 된 변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간판문화연구소는 이것을 가능케 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