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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당략 널뛰기 정책에 골병드는 현수막 업계

신한중기자 l 499호 l 2026-03-01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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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다가왔는데 선거 현수막 ‘특수’ 실종

공직선거법 여파… “갈팡질팡 정책으로 현수막 혐오만 남아” 한숨

선거를 통해 언제나 특수를 누려왔던 현수막 업계가 이번 ‘6·3 지방동시선거’를 앞둔 지금 이례적인 침체를 겪으며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통상 선거 3~4개월 전이면 후보자들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거리 게시 현수막과 선거사무소 외부 대형 현수막, 정당 홍보용 출력물이 대량 발주되며 출력업체와 후가공업체, 설치업체까지 연쇄적인 물량 증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흐름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오히려 설 연휴에 늘 걸리던 정당의 새해 인사 현수막 물량까지 씨가 마르는 기현상마저 나타났다. 

이는 개정된 공직선거법의 여파다. 이 법에 따르면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의 명의로 명절 인사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 등이 게재된 현수막과 포스터 등을 거리에 게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조치된다. 

또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추천 또는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후보자의 명칭·성명을 나타내는 현수막 등의 인쇄물도 게시할 수 없다. 인사장, 벽보, 사진 등의 인쇄물도 게시할 수 없다.

 지난 2월 2일이 선거 120일 전일이었기 때문에 선거 현수막은 물론, 정당들이 명절을 앞두고 으레 걸었던 새해 인사 현수막 물량까지 싹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기설치된 현수막까지 급히 철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현수막 제작업체들은 물론 원단이나 잉크 등 소재 공급사들에게서도 깊은 한숨이 새나오고 있다.
 선거, 특히 지방선거는 언제나 현수막 업계의 최대 빅 이벤트로 꼽혀 왔다. 시도지사 선거, 시도의회 의원선거, 구·시·군의 장 선거, 구·시·군의회 의원선거, 시도 교육감 선거 등이 망라됨으로써 대선이나 총선을 포함한 모든 선거 중에서 가장 많은 후보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선거까지는 후보자당 최대 48장의 현수막을 걸 수 있었던 까닭에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선거를 앞두고 눈코뜰새없어야 할 업체들은 지금 멈춰선 장비 앞에서 한숨만 쉬고 있는 모습이다. 

한 현수막 제작업체 대표는 “선거철 매출이 1년 매출의 30~40%를 차지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선거 때문에 오히려 물량이 줄고 있다”며 “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고정비 부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업체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필요할 땐 갑자기 선거 현수막 늘리는 법 개정을 해서 이에 대응하느라 제작 장비도 늘렸는데, 다음에는 줄이는 법을 만들었다”며 “유불리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널뛰기식 현수막 정책에 제작업체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치권과 정부의 현수막 정책에 대한 비판은 비단 이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갈팡질팡하는 정책으로 인한 업계의 혼란과 불만이 지난 수년간 누적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당 현수막 규제다. 정당 현수막은 원래 정치권이 정략적인 목적으로 일반 현수막과 다른 법적용을 하도록 함으로써 갈팔질팡 정책의 문을 열었다. 정부는 2022년 법 개정을 통해 옥외광고물의 허가·신고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사항에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표현’을 포함시키면서 정당 현수막 규제의 빗장을 풀었다. 

이후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게 되자 2024년 1월 한차례 법 개정을 통해 정당 현수막의 설치 수량, 설치 기간 등을 일부 제한했다. 그럼에도 현수막 난립이 계속되고 혐오스러운 표현이 많다는 이유로 작년 11월에는 3년만에 규제 자체를 되돌렸다. 

이렇게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피해를 본 건 현수막 관련 업체들이다. 단순히 시장이 축소되는 것만이 아니라, 정책 변화가 수시로 나타나면서 제작 인프라를 늘리지도 줄이지도 못하는 가운데 시장의 어려움만 가중됐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대중적인 광고물인 현수막이 정치권의 이해타산 속에 어느 순간 혐오의 상징처럼 굳어지면서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된 것도 업계 전체에 큰 상처가 됐다. 




 
6·3 지방선거와 설 연휴를 앞두고 실시한 행정안전부의 현수막 집중점검으로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는 모습들.